1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쯤 공공요금 조정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을 놓고 정부 부처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가관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11개월 만에 최고치인 3.7%를 기록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다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라는 대형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정부로서는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공공요금이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에너지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유가,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를 반영한 공공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가 10일 발표한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에 2022년부터 원가주의 요금체계 정착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명시되기도 했다.
채희봉 사장도 지난 13일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공요금 동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평소 SNS 활동이 뜸했던 데다 정부부처 산하 공기업 사장임에도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채 사장은 “내년 1월1일부터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10% 내외에서 인상하는 방안에 정부 승인을 요청했다”며 “도시가스요금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공기업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미수금이 연말기준 1조5천억 원, 내년 3월 말 기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가스요금을 최소한으로나마 인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 사장은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요금 동결에 따른 미수금 발생 및 그에 따른 이자 부담, 상장기업으로서 투자자 보호 등 가스요금의 인상이 필요한 네 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가스공사 노동조합도 정부의 가스요금 동결방침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스요금 인상 추진에 힘을 보탰다.
가스공사의 제2노조인 더코가스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와 기재부는 도시가스 요금인상을 동결하고 그 모든 피해를 가스공사에게 떠넘기며 책임지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가스공사의 부채를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런 선심성 정책은 결국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말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로 공기업 적자가 늘어나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동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추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번에 가스요금 인상안을 승인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7월 이후 17개월째 요금이 동결되고 있다. 반면 전기요금은 올해 4분기에 한 차례 인상이 이뤄져 2개 분기 연속 인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11~12월 민수용 가스요금을 놓고 기재부가 연말까지 동결하겠다는 뜻을 보인 반면 산업부는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립한 바 있다.
이후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 데다 도시가스 요금까지 오르면 물가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산업부가 한 발 물러서면서 결국 11~12월 민수용 가스요금이 동결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