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이 당 안팎의 기대와 달리 좀처럼 존재감을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로 이목을 끌었던 2012년 대선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인 상황에서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별점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 |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선거가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도박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검증의 탈을 쓴 여야의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경제정책과 시대정신을 담은 의제를 제시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김종인 위원장이 힘을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김종인 위원장을 선대위에 합류시키기 위해 한 달가량 옥신각신하며 공을 들인 것에 비해 김 위원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후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100조 원 기금조성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기다렸다는듯이 당장 논의하자고 받자 김 위원장은 집권 뒤 계획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손실보상 논의를 진행하고 실제로 대선 전에 대대적으로 보상이 이뤄진다면 민심이 여당인 민주당쪽에 손을 들어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위원장의 회심의 한 방이
이재명 후보의 순발력에 무력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였더라면 김 위원장의 100조 원 발언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후보에 비해 정치적 스펙트럼이 중도우파에 가깝고 안정적이며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손실보상 재원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추경을 논의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놓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윤 후보는 추경에 반대할 이유가 없고 추경을 위한 여야협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추경에 선을 긋고
이재명 후보에게 추경을 하고 싶으면 현 정부와 추경안을 논의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윤 후보가 엇박자를 내면서 100조 원 발언의 파급력이 더 약화된 셈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엇박자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자 태도를 바꾸기까지 했다.
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원이 부족하면 앞으로 3개월 동안 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같은 것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지형의 변화로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2017년 대선은 제외하더라도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화두를 꺼낸 2012년 대선 때에는 경제성장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 기조와 선명하게 대비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5년 동안 진보적 정책을 펴온 데다 이보다 더 급진적이기까지 한
이재명 후보와 경쟁을 하다보니 진보진영이 내세울법한 담론을 제시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게 부각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김 위원장에게 아직 숨겨둔 한 수를 기대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코로나19 시국인 만큼 민생과 관련된 부분에서 경제민주화 연장선에서 새로운 의제나 참신한 정책을 꺼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정책은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주의 성향을 보이는 윤 후보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윤 후보는 전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간담회에서 경제성장을 우선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성장은 무조건 중요하다"며 "경제성장을 안 하면 여기저기에서 모든 사회적 갈등과 문제들이 두더지게임처럼 올라온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