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를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조선3사는 해양프로젝트의 인도 연기와 저유가 지속, 세금추징과 소송 등의 온갖 악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글로벌 석유기업, 해양플랜트 인도 잇따라 연기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저유가에 따라 국내 조선3사에 맡겼던 해양플랜트의 인도를 연기하거나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
|
|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삼성중공업은 현재 건조하고 있는 FLNG(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의 인도시기를 놓고 말레이시아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나스와 협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페트로나스로부터 14억7천만 달러 규모의 FLNG 1기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애초 이를 2018년 1월 페트로나스에 인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협상 결과에 따라 인도 시기가 2년가량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2월에도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9076억 원 규모의 FLNG 하부선체에 관련한 공사를 올해 12월까지 10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미주지역 선주와 아프리카지역 선주가 발주한 드릴십 프로젝트 등 연기된 해양플랜트만 모두 4건에 이른다. 금액은 모두 6조5천억 원이 넘는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와 계약기간을 연장했을 뿐 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납품이 계속 미뤄지면 조선3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 유가폭락과 세금추징, 소송 등 대내외 경영환경도 깜깜
유가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꺾여 글로벌 발주량 회복도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유국들은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유가안정을 위한 산유량 동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이 국제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글로벌 발주사들이 해양플랜트나 선박을 발주하려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제유가의 반등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글로벌 발주량은 당분간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게 됐다.
조선사들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11일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탈루와 관련해 1200억 원의 세금추징 통보를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세금추징 규모가 너무 크다고 반발해 일부 추징세금만 납부한 뒤 조세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1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 주범으로 꼽힌 송가프로젝트에서 해외 발주사와 소송에 휩싸였다.
대우조선해양은 발주처인 송가오프쇼어에 송가프로젝트의 시추선 건조가 늦어진 데 따른 손실을 보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발주처가 오히려 대우조선해양에 6580만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정부는 조선업계 구조조정 신호 보내
조선3사의 경영환경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는 조선업계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
|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조선업과 관련해 “고용을 비롯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무척 고민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유 장관의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조선사들은 각 회사마다 인력과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경기만 살아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조선3사 주가는 18일 모두 직전 거래일보다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1500원(1.31%) 떨어진 11만3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각각 120원(2.17%), 600원(5.17%) 떨어진 5400원과 1만1천 원에 장을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