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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와 신한카드를 가른 결정적 차이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6-20 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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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를 가른 결정적 차이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현대카드와 신한카드가 벌이는 문화마케팅의 결정적 차이는 두 수장의 차이에서 온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사위다. 사실상 현대카드의 오너인 셈이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해 8월 선임된 전문경영인이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를 통해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다 시도한다. 정 사장은 평소 공연이나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현대카드에 그대로 들고 온다. 그가 진행한 슈퍼콘서트, 슈퍼매치 등도 그의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했다.


정 사장과 달리 위 사장은 그럴 수 없다. 위 사장은 지난해 사장이 된 뒤 매 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실적이 저조하면 금방 위기를 느낀다.


◆ 막대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갖춘 ‘오너’ 정태영


정 사장은 2003년 현대카드의 사장을 맡았다.


현대카드는 2001년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하며 카드 업계에 등장했다. 당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8%였고 1천억 원대 적자를 내고 있었다. 얼마 뒤 카드사태도 터졌다. 정 사장은 그때를 회상하며 “2003년 터진 카드사태 당시 황산벌 전투를 치르는 절박한 심정으로 뛰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카드를 자신의 철학에 맞춰 꾸준히 바꿔나가고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해 결제가 빠르고, 생수통 하나에도 신경을 쓸 만큼 디자인을 중시하는 현대카드의 기업문화도 구축됐다.


정 사장이 긴 시간에 걸쳐 현대카드를 자신의 색에 맞춰 바꿔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보장받은 오너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사장은 권한이 많고 실적에서 자유롭다. 정 사장이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문화마케팅을 시작해 수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막대한 자금력과 실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경우 한 번 진행하는 데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전문경영인의 경우 실패한다면 치명적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문화마케팅에 큰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슈퍼콘서트 자체만 보면 현대카드의 수익은 마이너스다. 현대카드는 전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지만 공연 입장권 수익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가 광고와 홍보, 부대행사를 맡고 공연 기획사가 무대연출과 출연자를 책임지는 구조로 이뤄진다. 입장권 판매와 수익은 실무를 담당한 공연기획사의 몫이다.


보통의 전문경영인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구조다.


현대카드는 콘서트 개최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당장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카드회사에서 슈퍼콘서트의 성과를 부러워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콘서트를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컬쳐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공연과 유명 예술가의 전시를 선보이는 이 행사는 현대카드에 큰 수익을 남기지 않는다.


현대카드가 2005년 시작한 ‘슈퍼매치’도 정 사장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개최될 수 없었다.


당시 유명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를 데려오면서 전 좌석이 빠른 시간 내에 매진됐다. 어떤 기업도 시도해 보지 않은 파격적 행보였다. ‘카드사가 웬 테니스 경기’라고 의아해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테니스가 국내에서 대중적 인기스포츠도 아니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를 밀어붙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행사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게다가 이 행사를 제안했던 스포츠대행사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불과 이틀 만에 수락을 받아냈다. 수십 억 짜리 행사가 이틀 만에 결정된 것이다.


정 사장은 지금도 틈틈이 외국에 나가 문화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직접 섭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카드회사 사장들이 국내에서 고객유지와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정 사장은 유명 영화감독 팀 버튼의 작품을 전시하는 ‘팀 버튼전’을 진행했다. 팀 버튼 감독이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사실도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섭외 역시 정 사장이 직접 외국에 나가 진행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경우 얼마를 남겼다는 식의 가시적 숫자보다 최고경영자가 본인의 경영철학을 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브랜드 가치라는 경영철학이 문화마케팅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정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결혼했다. 그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1987년 미국 보스턴에 있는 노턴 인더스티리얼 세라믹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현대종합상사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등에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를 가른 결정적 차이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실적부담에 시달리는 '전문경영인' 위성호


경기에 민감한 카드회사의 CEO들은 실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CEO가 교체된 주요 카드사는 9곳 중 무려 7곳에 달했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역시 마찬가지다. 늘 실적부담에 쫓길 수밖에 없다. 1등에서 시작해 계속 추락하는 신한카드의 점유율 역시 그에게 무거운 짐이다.


위 사장은 지난해 8월 신한카드 사장이 됐다. 전임 이재우 사장의 임기가 끝나고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재우 전 사장은 건전성과 고객유지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 경영을 펼쳤다.


위 사장은 취임 초부터 빅데이터를 강조하며 공격적 경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빅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등 최근까지도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안팎의 사정은 좋지 못하다. 신한카드는 최근 카드업계를 둘러싼 정부규제와 과다경쟁 등 수익성 악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위 사장 취임 첫 분기인 2013년 4분기 매출은 1조1455억 원, 영업이익은 1672억 원, 당기순이익은 12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6%, 19.3%, 21% 각각 감소했다.


올 1분기 역시 매출액은 작년 1분기 대비 4.3% 감소한 1조736억 원, 영업이익은 5% 줄어든 1951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8.3%에서 18.2%로 0.1%포인트 내려갔고, 당기순이익은 1412억 원으로 12.1%나 줄어들었다.


실적이 발표되자 위 사장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는 시각이 등장했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빅데이터 경영’을 둘러싼 의혹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잇따른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사의 고객정보 활용에 대한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관리에 따른 위험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 구체적 사례가 없어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위 사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신한은행에 들어가 지난해 8월 신한카드 사장이 되기 전까지 28년 동안 신한은행에 몸담아 왔다.


위 사장은 신한은행 재직 당시 업계에서 추진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인물로 평가 받았다. 그는 2007년 옛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작업을 지휘하는 등 큰 작업을 도맡아 했고, 당시 자산관리 관련 고객유치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업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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