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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과 위성호, 두 카드회사 사장의 다른 마케팅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6-20 19: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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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과 위성호, 두 카드회사 사장의 다른 마케팅  
▲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매력 없는 1등 신한카드와 특별한 2등이 되고 싶은 현대카드.

“제일 큰 식당, 제일 큰 호텔, 제일 큰 옷집, 제일 큰 유원지, 제일 넓은 사무실. 우리 2등들이 재미없어 하는 것들. 로맨틱한 식당, 편안한 호텔, 센스 있는 옷집, 생각 깊은 유원지, 내 일에 맞는 사무실. 우리 2등들이 좋아하는 것들. 우리는 언제까지나 2등만 하겠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위성호 사장이 지난달 “현대카드가 내세우는 전략은 2등 전략”이라고 말하자 이에 맞받아 친 것이다.

사실 현대카드가 업계 2등은 아니다. 시장점유율과 이용실적, 체크카드 포함여부 등 여러 기준이 있지만 업계 대부분이 인정하는 1등은 신한카드다. 그 뒤는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카드가 조금 앞서고 현대카드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위 사장이 진짜 2등 삼성카드가 아닌 현대카드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현대카드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 사장의 발언에 그가 추구하는 현대카드의 철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대카드의 정체성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고객에게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배타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카드가 되기보다 특별한 사람이 쓰는 카드가 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에도 정 사장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 사장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도서관, 최고의 스타가 나오는 비싼 콘서트 등 'VVIP 마케팅'을 고수한다. 고객충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위 사장이 펼치는 문화마케팅은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하다. 반면 새롭고 특별한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원래 회사에서 진행해 오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위 사장은 새롭게 ‘빅데이터 경영’을 들고 나왔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신한카드의 빅데이터 경영은 정 사장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 현대카드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정태영 도서관

정태영 사장은 “고객의 삶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국내에 하나둘 전문서적 도서관을 열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지난달 개관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모두 정 사장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청담동에 위치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총 1만4천여 권에 달하는 서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서적 전문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현대카드 고객만 들어갈 수 있다. 현대카드 고객이라고 무조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번에 50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다. 방문제한도 있어 한 달에 최대 8번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복장규정도 엄격하다. 슬리퍼나 등산복을 착용하면 입장할 수 없다. 슬리퍼 끄는 소리나 현란한 등산복 색상 등이 다른 관람객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일부 고객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주말에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은 이 도서관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 부었다. 도서관의 콘셉트와 부지선정,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에 직접 관여했다. 디자이너도 직접 섭외했고 도서관이 들어설 장소도 신중히 골랐다.

도서 선정에도 정성을 쏟았다. 이 과정에 1년이 넘게 걸렸다. 9만 권이 넘는 책을 검토해 1만5천여 권을 엄선했다. 가디언지 여행 칼럼니스트, 론리플래닛 에디터, 타임지 여행 에디터, 일본의 책 컨설턴트 등 큐레이터 4명이 자기 전문 영역에서 각각 2천 권씩 선정했다.

지난해 개관한 디자인 라이브러리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총 1만3천여 권이 넘는 디자인서적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디자인서적 전문 도서관이다. 이 곳 역시 현대카드 회원만 입장이 가능하며 복장규정도 있다.

  정태영과 위성호, 두 카드회사 사장의 다른 마케팅  
▲ 지난달 청담동에 문을 연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 ‘현대카드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을 공연’

정태영 사장은 2007년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대형 공연을 진행했다.

정 사장은 슈퍼콘서트에 깔린 현대카드의 전략을 “티파니 보석 상자 안에 숨겨진 과학”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티파니 보석 상자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감동을 의미한다. 정 사장은 “복잡한 금융상품도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달하자”는 것이 현대카드의 목표라고 말했다.

슈퍼콘서트는 이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매년 다른 곳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쟁쟁한 스타들을 섭외했다.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스티비 원더, 마룬5, 에미넴, 비욘세, 메탈리카, 레이디가가 등이 이 콘서트를 거쳤다.

정 사장은 슈퍼콘서트도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를 섭외한 일화는 유명하다.

정 사장은 지난 4월 내한공연이 확정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폴 매카트니 섭외과정을 직접 전한 적도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현대카드 섭외사에 오래 남을 폴 매카트니'라는 글을 올려 몇 년 동안의 섭외과정을 밝혔다.

정 사장은 현대카드 내부에서 매카트니 이름의 약자를 딴 PM프로젝트를 운영한 얘기도 털어놓기도 했다. 그 뒤에도 정 사장은 공연 광고와 관련한 생각을 직접 광고대행사에 전달하는 등 공연에 물심양면으로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권의 가격은 최고 30만 원으로 책정됐다. 매카트니의 건강 악화로 일주일 전 공연이 갑자기 취소됐지만 이틀 동안 진행한 예매에서 총 4만5천 석의 좌석이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매진됐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문화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2007년 69%에 불과했던 브랜드 인지도를 2010년 이후 80% 중반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고객확보에도 큰 도움이 됐다. 현대카드로 슈퍼콘서트 입장권을 결제하면 20~30%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2006년 첫 콘서트 때 입장권 구매자의 64%가 현대카드로 결제했지만 2011년 열린 공연 때 약 90%가 현대카드로 입장권을 샀다.


  정태영과 위성호, 두 카드회사 사장의 다른 마케팅  
▲ 현대카드는 2007년 팝가수 비욘세를 초청해 공연을 진행했다.


◆ 착하지만 재미없는 신한카드의 문화마케팅

위성호 사장도 공연이나 도서관 지원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줄곧 “착하지만 재미없다”는 평을 듣는다. 신한카드의 문화마케팅은 많은 사람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위성호 사장은 지난해 취임한 후 신한카드의 ‘착한 카드’ 이미지를 더 강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개관한 신한카드의 친환경 도서관은 위 사장의 작품이다.

이 도서관은 고객들이 모은 돈으로 만들어졌다. 신한카드는 2010년부터 소외지역의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전국에 도서관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의 카드포인트와 소액결제 기부로 도서관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카드는 기부에 참여한 고객의 이름을 도서관 책장에 새겨 소액기부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위 사장은 “이 도서관을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고객참여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고객들과 함께 작은 나눔과 봉사의 손길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가 진행하는 콘서트 역시 ‘착한 콘서트’를 표방한다. 신한카드도 현대카드를 따라 2009년부터 ‘러브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고객에게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출연진은 국내가수들이 대부분이며 입장료 역시 무료다. 관람을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신한카드는 이밖에도 해외봉사단을 운영하는 등 신한카드를 대표적인 착한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신한카드는 능률협회컨설팅 선정 대한민국 ‘착한 브랜드’에 2013년부터 2년 연속 선정됐다.


  정태영과 위성호, 두 카드회사 사장의 다른 마케팅  
▲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빅데이터’로 반전 꾀하는 위성호 사장

신한카드가 공들이고 있는 ‘착한’ 마케팅 효과는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2007년 LG카드 인수 후 30%에 육박했던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7년여 만에 20%대로 내려갔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성호 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빅데이터’다. 고객의 소비유형을 분석해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많은 22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신한은행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있다.

위 사장은 신한은행에서만 28년을 보냈다. 은행과 협업이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위 사장은 은행과 지주회사 근무 시절부터 신한금융그룹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정보의 적극적 활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위 사장이 지난해 8월 취임할 당시부터 강조한 빅데이터 경영은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신한카드가 확보하고 있는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별 특색있는 맞춤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며 “신한카드의 상품과 마케팅,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었다. 다양한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센터와 제휴를 맺고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이용행태를 분석하고 있다.

위 사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를 열고 빅데이터 시스템을 적용해 개발한 카드를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고객의 소비 습관과 변화의 흐름에 맞춰 빅데이터를 향후 마케팅에 활용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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