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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와 인텔의 CEO 수주 담판,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1-12-12 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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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안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던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대만 TSMC 경영진이 이른 시일에 만나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위탁생산 등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논의 결과에 따라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TSMC와 인텔의 CEO 수주 담판,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 팻 겔싱어 인텔 CEO(왼쪽)와 마크 리우 TSMC CEO.

12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겔싱어 CEO가 이번 주(13~17일) 대만을 방문해 TSMC 경영진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하는 3나노 반도체 미세공정으로 인텔의 차기 CPU를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최근 자체 반도체 생산공정 기술이 삼성전자와 TSMC 등 경쟁사보다 떨어져 CPU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TSMC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상용화된 수준의 공정기술 개발을 건너뛰고 한 세대 더 앞선 공정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인텔과 TSMC의 3나노 위탁생산 계약 논의는 최종단계로 알려졌는데 최근 겔싱어 CEO가 TSMC를 겨냥한 발언을 내놓아 두 기업 사이 협력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정부는 현지 반도체공장 및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기업에 모두 520억 달러(약 61조 원) 규모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미국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단계다.

겔싱어 CEO는 최근 한 기술행사에서 미국정부의 지원이 삼성전자와 TSMC 등 아시아 반도체기업이 아닌 미국 반도체기업에 집중되어야 한다며 직접적으로 TSMC가 지원을 받을 가능성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특히 TSMC가 중국정부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하며 대만기업인 TSMC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주와 마크 리우 CEO는 곧 겔싱어 CEO의 발언에 반발하며 겔싱어 CEO의 발언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신경전을 벌였다.

TSMC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어 미국정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겔싱어 CEO와 TSMC 경영진의 만남이 이런 상황 가운데 이뤄지는 만큼 협력 논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겔싱어 CEO는 미국정부가 인텔 등 자국 반도체기업만 지원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로비했다”며 “미국이 TSMC에 의존하면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TSMC에 중요한 대형 고객사지만 TSMC가 이미 3나노 공정 도입 전부터 애플 등 대형 고객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인텔과 위탁생산 계약 체결이 비교적 절실하지 않은 상태다.

인텔이 TSMC 위탁생산을 활용하는 목적은 결국 차기 공정기술에서 TSMC를 뛰어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TSMC가 이를 도와야 할 이유도 크지 않다.

지난해 PC용 프로세서 'M1' 시리즈를 내놓고 인텔의 PC용 CPU와 정면경쟁을 예고한 애플이 TSMC에 인텔 위탁생산과 관련한 압박을 내놓을 가능성도 나온다.

결국 TSMC가 CPU 위탁생산을 거부한다면 인텔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인텔은 그동안 시스템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위탁생산도 맡는 삼성전자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삼성전자와 파운드리사업에서 협력하는 데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SMC와 사이가 틀어져 삼성전자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인텔에서 대량의 CPU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하며 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인텔이 TSMC와 관계 악화를 계기로 미국정부 및 의회에 해외 반도체기업 지원 제한을 더 적극적으로 로비한다면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정부 지원을 기대해 약 20조 원을 들이는 미국 대형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했는데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투자비용 부담이 커지거나 투자계획을 축소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반면 TSMC가 인텔과 신경전을 그만두고 실익을 위해 CPU 위탁생산을 맡기로 한다면 TSMC의 3나노 미세공정 생산라인은 애플과 인텔의 위탁생산 주문만으로 사실상 포화상태에 놓이게 될 공산이 크다.
 
TSMC와 인텔의 CEO 수주 담판, 삼성전자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내년 도입을 앞둔 3나노 공정을 활용해 AMD와 엔비디아 등 TSMC의 생산라인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고객사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대거 확보할 수도 있다.

인텔이 TSMC와 협력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TSMC를 겨냥하던 반도체 지원법안 관련된 로비에 힘을 뺀다면 삼성전자도 미국정부에서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이다.

다만 중장기 측면에서 TSMC가 인텔 주문마저 수주한다면 파운드리시장에서 독주체제를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삼성전자는 인텔과 TSMC 사이 협력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볼 가능성이 공존해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받을 영향을 예측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TSMC는 인텔에 위협적 경쟁자이면서 CPU 경쟁력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해법도 쥐고 있다”며 “협상카드를 쥐고 있는 TSMC로서도 인텔의 위탁생산 수주는 큰 돈이 될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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