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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오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져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과연 대선후보로 출마할까?
1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이 6월 서울에서 유엔이 개최하는 비정부기구(NGO)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반 총장의 방한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이다.
반 총장의 방한까지 한달이 넘게 남아있지만 벌써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20대 총선 결과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고작 122석을 차지하며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증발했다는 점은 더욱 악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선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역구에서 패배해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공천파동으로 탈당했다.
야권에서 대선후보로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건재한 것과 비교하면 위기를 느낄 만하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반기문 대망론'이 또 나온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더욱 다급해졌고 반 총장 입장에서만 보면 대선후보로 주가가 더욱 올라가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전에 “반 총장이 생각이 있다면 당당하게 선언하고 활동하라”며 “새누리당은 환영하지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로서 반 총장의 이름은 여전히 높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차기 대선후보 가운데 18.5%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었다. 야권 1위인 문재인 전 대표(15.0%), 여권 1위인 오세훈 전 시장(8.5%)와 격차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 총선결과를 변화와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으로 해석한다면 기존 후보군 가운데 대선주자가 나올 때보다 반 총장이 출마할 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공감대가 새누리당에 확산될 수도 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게 중도로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골수 지지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표심을 잃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이 점유하고 있던 보수표밭을 잠식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중도적 민심을 끌어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 총장이 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스윙보트를 쥔 충청도를 끌어안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뇌물수수로 사퇴하면서 충청 민심이 돌아섰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충남에서 6석을 얻어 더민주(5석)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반 총장이 국내에서 정치경험이 전무한 외교관 출신으로 대통령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의와 조율을 주요 덕목으로 삼는 외교관의 성향이 정국을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총장은 올해 말에 임기가 끝난다.
반 총장의 의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뜻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캠프가 만들어지고 있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런 움직임과 반 총장이 연결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런 활동을 하는 인사들은 반 총장과 관계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2일 재외국민 투표를 마친 뒤 “대한민국은 위중한 상황”이라며 “나라를 잘 이끌어 갈 대표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석 여하에 따라 정치에 대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반 총장은 박근혜 정부가 맺은 한일위안부 문제의 합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말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이 10억 엔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기금을 출연하는 내용으로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은 올해 초 박 대통령과 신년 인사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박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