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사업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낸드플래시 주요 고객사인 대형 IT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과 연구개발 협력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미국시장 공략에 효과적 전략을 수립해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사업 도약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022년도 정기 조직개편을 계기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낸드플래시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주요 IT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은 이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고객사이지만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시장 공략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석희 사장은 '미주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고려했다.
인텔이 서버용 SSD 분야에서 구글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와 긴밀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가 이런 장점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사장이 이를 위해 미주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한 뒤 직접 미주사업장에 오르기로 한 것은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 조직개편과 함께 이뤄진 임원인사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오며 미래 사업전략 수립 등 역할을 맡게 된 점도 이 사장이 미주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한 변화로 꼽힌다.
이 사장은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내년 새 사업전략으로 제시하며 미주사업 전담조직을 통해 낸드플래시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하에 미주 연구개발조직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새 연구개발조직은 서버용 SSD와 관련한 기술 개발 등을 주로 담당하며 미국 고객사와 활발한 기술협력을 통해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모바일과 서버 등 특정 분야에 제한되지 않고 폭넓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이 점차 성장궤도에 오르고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합병의 성사 가능성도 가시화되자 미주사업을 직접 총괄하며 사업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하게 됐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추월하며 매출 기준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했다.
이 사장이 그동안 낸드플래시 최신 공정기술 개발에 집중해 경쟁사들보다 일찍 176단 4D낸드 등 제품을 상용화하도록 이끈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가 밀집한 미주지역에서 이 사장이 SK하이닉스 영업망 확대에 성과를 낸다면 성장세에 한층 더 탄력을 붙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IT박람회 ‘CES2022’에 참가해 다양한 반도체 라인업을 선보이고 다양한 고객사들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이 CES2022를 기점으로 전면에 나서며 직접 영업에 뛰어들어 미국 내 고객사들과 협력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버용 SSD는 물론 모바일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의 중심에 있는 SK하이닉스의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반도체에 입사한 뒤 미국 인텔로 이직해 10년 가까이 근무하다 SK하이닉스로 복귀했다는 특이한 이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반도체시장 관련한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쌓아두고 있는 만큼 미주사업장을 겸직하며 이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글로벌 선두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인텔 낸드플래시사업의 SSD 분야 강점을 활용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인텔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SSD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안팎이고 SSD 성능에 핵심인 컨트롤러IC 기술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SK하이닉스 인수가 성사되면 큰 성장 잠재력을 보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안에 중국 경쟁당국의 인수합병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연말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만큼 시기가 언제까지 미뤄질 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중국의 인수 승인이 지연되더라도 사업 전략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