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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오직 기댈 언덕은 2030세대, 대선 뒤 세력재편 보며 '와신상담'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11-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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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청년들과 소통을 늘리며 대통령선거 뒤 정치행보를 위한 밑자락을 깔고 있다.

당내 조직력이 약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2030세대의 폭넓은 지지기반을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홍준표 오직 기댈 언덕은 2030세대, 대선 뒤 세력재편 보며 '와신상담'
▲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28일 홍 의원의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에는 홍 의원과 청년들이 주고받은 문답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청년의꿈은 청년들의 반응을 많이 끌어내고 있다. 홍 의원은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청년의꿈 개설 10일 만에 2천만 페이지뷰를 돌파했다”고 알렸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을 통한 소통 과정에서 실제로 청년들의 의견을 경청해 의사를 결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는 애초 고향 사람인 전두환씨를 조문하려 했다가 이를 만류하는 청년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홍 의원은 청년의꿈의 ‘홍문청답’ 카테고리에서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의견이 많다.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며 “그래도 고인의 명복은 빌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홍문청답은 홍 의원이 청년들에게 질문을 하면 그와 관련해 청년들이 답글을 다는 곳이다.

청년의꿈에는 홍문청답과 반대로 청년들이 질문하고 홍 의원이 대답을 하는 ‘청문홍답’도 마련돼 있다.

홍 의원은 청문홍답에서 한 청년으로부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나이 80에 대통령하는데 홍 의원도 대선에 또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대답하며 대선 재도전 의지도 내비쳤다.

청문홍답에는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먹느냐, 소스에 탕수육을 찍어 먹느냐는 질문도 있다. 홍 의원은 “부어 먹는다”고 대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홍 의원의 소통 활동을 놓고 대선 이후의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둔 정치행보란 의견이 많다.

대선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보수야권의 세력재편이 이뤄지게 된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주축이 됐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윤석열계’가 신주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에 실패하더라도 윤석열계는 야권 내 주도권 싸움에서 세력화할 공산이 크다.

홍 의원도 윤 후보 쪽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설정을 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거리두기 기조가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윤 후보의 대선 도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홍 의원은 당내 비주류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주류와 거리를 두는 비주류 정치는 집권여당에서나 야당에서나 고달픈 길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집권 뒤 한동안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친박근혜계가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했고 그 일부는 탈당해 친박을 기치로 든 정당을 창당하는 등 보수여권의 외곽을 맴돌아야 했다.

그나마 박 전 대통령이 보수의 핵심 지역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일정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다음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었다.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친노무현계가 주류를 이뤘던 민주당과 야권통합을 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결성했다. 당시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초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꽤 많은 지분을 행사했지만 결국 친노 주류에 밀려 떨어져 나오게 됐다.

홍 의원은 거느린 계파가 거의 없는 데다 조직력도 과거 박 전 대통령이나 안 대표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도 홍 의원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섰음에도 당원투표에서 크게 뒤처져 고배를 마셨다. 윤 후보보다 국민적 인기를 더 끌었지만 조직력에서 열세였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당내 세력이 없는 정치여정은 대선 이후에도 험한 길이 될 가능성이 많다.

홍 의원으로서는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2030세대의 지지를 지렛대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기도 하다.

2030세대는 정치적 진영 어느 한 쪽에 편중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지지 의사를 바꾸는 부동층 성향이 강해 매번 캐스팅보트 역할을 주목받아 왔다.

6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때 ‘이준석 바람’을 일으킨 원동력도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라는 분석이 많다. 당시 이준석 대표도 조직력에서는 나경원, 주호영 후보에 크게 못 미쳤지만 2030세대의 지지에서 시작된 이준석 바람이 전당대회에서 돌풍으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

홍 의원이 경선 때 2030세대에 공을 들인 것도,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2030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선거에서 2030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셈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윤석열 후보에게는 홍 의원의 독자적 정치행보가 적잖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을 지지하는 2030세대 표심이 옮겨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홍 의원이 윤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는 까닭에 홍 의원의 2030 지지층이 윤 후보에게 온전히 이전되지 못할 수도 있다.

홍 의원은 윤 후보 측의 도움 요청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홍 의원은 청년의꿈을 통해 윤 후보를 향한 반감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윤 후보는 2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개강총회에서 홍 의원이 2030세대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를 묻는 질문을 받자 “토론할 때 보면 공격적으로 해도 굉장히 귀여운 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의꿈의 한 회원이 홍 의원에게 "윤 후보의 '귀엽고 화끈하다'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홍 의원은 “버릇없다”란 짧은 답변을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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