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 위원장이 카드사 CEO들과 만나 카드 적격비용 재산정 관련한 주요 쟁점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는 2012년 개정된 여신금융전문법에 따라 3년마다 조달금리, 카드사 운영·관리비, 마케팅비 등 적격비용을 확인해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올해 11월 말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를 발표한다.
금융위는 이미 카드 수수료율 원가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카드사 노동조합과 금융위 관계자들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카드사 노조는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될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두고 추가 인하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많은 자영업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장 직접적이고도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카드수수료 인하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에서 ‘영세 소상공인 카드수수료율 우대법’ 등 우대가맹점이나 카드수수료 면제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카드수수료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게다가 2022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여당으로서는 표심을 잡기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 카드를 포기하기 쉽지 않다.
다만 고 위원장은 카드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통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받는 최대 수수료율은 2007년 4.5%에서 현재 2.3%까지 낮아졌는데 이번에는 0.1%포인트 안팎의 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9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리상승 대응능력 점검’ 보고서에서 "11월 예정된 수수료 재산정에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지만 수수료율 하향폭은 약 0.1%포인트에서 0.2%포인트 내외에 그칠 것이다"며 “이에 따른 2022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감소규모는 약 5천억~1조3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등 가맹점주들과 카드업계가 요구하는 부분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카드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말한다. 신용카드 소액결제의 편의성을 높이고 탈세 방지를 통한 세수 증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지만 가맹점은 의무적으로 카드결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결정에서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의무수납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가맹점의 영업자유를 제한하는 의무수납제는 금융당국이 카드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근거로 활용되면서 카드사들도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대신 수수료 산정을 시장의 논리에 따르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금융위 안에서도 카드수수료율 산정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종훈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8일 금융연구원 세미나에서 “향후 적격 비용에 기초한 카드 수수료 재조정을 지속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빅테크와 형평성 문제에 관련해서도 카드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도 주목된다.
카드사들은 카드수수료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수수료가 더 높은데 카드수수료만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지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우대가맹점 기준인 ‘연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수수료는 0.8~1.6% 범위인데 빅테크 결제수수료는 2.2~3.08%였다. 연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에게 적용되는 수수료를 비교해도 신용카드는 0.8%인 반면 네이버페이는 최대 2.2%로 3배 가까이 높았다.
고 위원장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하며 빅테크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간편결제수수료와 결제대행(PG)수수료에 관한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 위원장은 10월28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동안 빅테크가 금융분야에 진출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금융권과 빅테크의 불합리한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