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선거에서 성낙인 전 서울대 법과대학장이 당선됐다. 서울대 법인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총장선거로 법대교수가 총장이 된 것은 19년만이다. 성 총장은 2006년,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총장이 됐다.
그는 특히 총추위 평가에서 가장 많은 지지로 1위를 차지했던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제치고 이사회 투표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등은 이사회가 총추위의 의견을 무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성낙인 서울대 제 26대 총장
서울대는 2011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총장선거도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간선제로 바꿨다. 이전에 서울대 교직원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로 총장을 뽑았다.
간선제로 바뀐 뒤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성 교수는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성 교수는 이사회 15명 중 8표를 얻어 당선됐다.
서울대의 교직원 수는 공과대학이 가장 많다. 직선제였다면 공대 교수가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간선제로 바뀐 덕에 성 교수가 법대 출신이라는 불리함을 딛고 총장 후보로 선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선제에서 법대 교수출신으로 이수성 전 총장이 유일하게 선출됐다. 이 전 총장 이후 선거에서 모두 5명의 총장 중 3명이 공대 교수 출신이었다.
서울대 이사회는 성 교수가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법적 자율성을 확보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이전까지 정부조직의 부속기관이었지만 2011년 법인으로 독립했다. 이번 총장선거에서 3명의 후보자 모두 서울대의 자율성 확보를 주장했으나 이사회는 법학 전문가로서 성 교수 손을 들어줬다.
성 교수는 4월 총장선거에 나선 뒤 가진 첫 공개 소견발표회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겠다”며 “대학운영 면에서 각 단과대학과 대학원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분권형 운영체제를 확립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평의원회가 대학의회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고 대학 본부가 너무 권위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신임총장으로서 서울대의 위상을 지켜나가야 하는 과제도 떠안고 있다.
서울대는 현재 ‘서울대 폐지론’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공동공약을 발표하면서 ‘입시고통 해소’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다.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국공립대를 통합해 대학서열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서울대 폐지’에 가깝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대학 서열화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초중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재작년 법인체제로 전환한 서울대는 국공립대 통합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성 교수는 1950년 8월24일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1982년 동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프랑스파리2대학교에서 국내공법(헌법학)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서울대 부교수로 임용된 뒤 서울대 법학대학원장, 서울대 평의원회 위원을 지냈다.
성 교수는 한국 법학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헌법학’ ‘헌법소송론’ 등 30여권의 저서와 2천여 편의 논문을 냈다.
그는 학생들과 소통을 중시한다. 법대 학생들은 ‘성낙인을 사랑하는 모임(일명 성사모)’을 만들기도 했다.
성 교수는 대외활동을 열심히 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대검찰청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 주요 치안정책을 관장하는 경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또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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