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시대교체'를 외쳐며 민생현장을 꾸준히 찾고 있다.
경제정책 전문가로서 거대 양당 대통령선거후보들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이고 있는데 과연 정치실험에 성공할 수 있을까?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11일 전남 순천만 습지를 방문해 강연하고 있다. <김동연 캠프> |
14일 정치권 관계자들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김 전 부총리는 호남 일정의 마지막인 광주 방문을 앞두고 정책, 대선 공략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는 11월5일 전남 강진 방문을 시작으로 광양, 순천, 여수를 돌며 민심잡기에 주력했다.
그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진에서 다산의 가르침을 되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전남 동부권에서 민생을 살폈고 광주를 마지막으로 이번 호남 일정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대한민국 판을 바꾸는 새로운 물결은 이곳에서 시작될 것이다"고 적었다.
호남이 정치변혁의 중심지였다는 점도 들었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 역사에서 호남은 늘 정치변혁의 중심이었다"며 "호남이 정권교체를 넘는 정치세력 교체의 '진앙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 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건 정치세력 교체, 시대교체라고 했다.
시대정신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부총리가 시대교체를 위해 내놓은 공약들은 공무원 개혁과 5개의 서울 만들기다. 줄곧 주장했던 '기득권 깨부수기'와 '기회의 땅 만들기'를 위한 공약들이다.
이와 함께 경제전문가 면모를 내세우며 거대 양당 후보들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층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거대 양당 후보들이)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게 아닌가, 참 이례적인 일이다"고 대답했다.
그는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그만큼 어필하고 있지 못하다"며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이나 품성과 정책의 내용, 이런 면에서 국민들 마음을 사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약과 관련해서는 “재정의 1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제가 경제부총리 하기 한참 전에 예산실장부터 했다"며 "나라살림을 10년 넘게 제가 책임을 지고 있어서 누구보다 재정에 대해서 가장 경험과 고민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 후보가 초과세수를 활용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 "재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며 "세금 더 걷었다는 자체도 바람직한 건 아닌데 그 돈이 생겨도 법적으로 쓸 수 있는 용도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서는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윤 후보가 본인의 슬로건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그 분이 '기득권의 나라를 기회의 나라로'라고 했는데 사실 그 얘기도 제가 한 얘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슬로건을) 따라한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며 "오랜 고민과 철학이 농축돼 있는 얘기라 슬로건은 베낄 수 있어도 철학은 못 베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향해서도 "나름대로 기득권을 지니고 있던 것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진정한 제3지대 주자'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김 전 부총리가 시대교체를 외치며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은 지지율의 화답은 받지 못하고 있다.
1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주자 가상대결에서 김 전 부총리는 1.5%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후보는 35.4%, 윤 후보는 47.6%, 안 대표 4.0%, 심 후보 3.0%로 집계됐다. 지지후보가 없다 또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6%였다.
거대 양당 후보들과 비교해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제3지대 주자들인 안 대표와 심 후보와 비교해도 갈 길이 멀다.
이번 조사는 미디어리서치가 OBS 의뢰로 지난 9~10일에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전 부총리가 경제전문가로 평가받고 있고 거대 양당 후보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여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아 판세를 뒤집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에 김 전 부총리의 정치 실험은 대통령 당선보다는 대선 득표율 5% 이상을 목표로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정치초년생인 김 전 부총리가
심상정,
안철수 후보만큼의 득표율만 보여도 우리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거대 양당에 경고음이 울리는 것이도 한다.
일각에서는 결국 김 전 부총리 역시 막판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신생 정당에 대선 득표율이 1% 안팎에 그친다면 향후 독자생존의 가능성도 높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재도전할 기회가 남아있지만 김 전 부총리와 지방자치단체장은 약간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냈다는 점을 들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가 김 전 부총리를 데려오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송 대표는 3일 김 전 부총리를 만나 "
김동연 위원장이나 저나
문재인 정부 초기 같이 출범한 관계로 애정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현재 기득권 타파, 시대교체를 외치며 '마이 웨이'를 외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1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제3지대 입지와 공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 "빠른 시간 내에 제3의 길에 대한 문이 열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거대 양당 후보 중에서 누가 선거에서 이겨도 대한민국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변화를 들고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 구조를 깨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