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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최연소 금융통화위원 박기영, '빚으로 지은 집' 경고한 매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1-09-30 14: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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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 추천에서 '젊은피' 박기영 연세대 교수를 선택했다.

박 교수는 일찌감치 '빚으로 지은 집'을 경고하는 등 가계부채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한국은행 최연소 금융통화위원 박기영, '빚으로 지은 집' 경고한 매파
▲ 박기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큰 틀에서 한국은행의 정책기조에 동조하면서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누적 완화를 추진하는 쪽으로 통화정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12일 열리는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는 7인 정수를 채워 기준금리 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석이었던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임 금융통화위원으로 박기영 연세대 교수가 합류하게 된다.

고승범 위원장이 관료출신이었기 때문에 후임 위원도 관료출신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최근 떠오르는 진보성향 경제학자 모임인 ‘학현학파’ 출신인사 등의 이름도 거론됐다.

하지만 추천권한을 지닌 이주열 총재의 선택은 예상과 달랐다. 역대 최연소에 버금가는 위원을 선택해 금융통화위원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박 교수는 1970년 7월2일 태어나 만50세다. 전임자인 고승범 위원장(1962년생)은 물론 기존 금융통화위원 중 가장 젊은 축인 임지원·주상영(1964년 출생) 위원보다 연배가 6년 아래다.

역대 최연소 금융통화위원은 함준호 연세대 교수였다. 함 교수는 2014년 임명 당시 만 50세92일이었다. 

통상 위원 추천에서 임명까지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박 교수는 10월 초 임명이 예상된다. 며칠 차이로 역대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역 최연소 위원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기존에 통화정책과 관련해 참신한 연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2019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기준금리 방향을 예측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의사록에 나오는 단어의 빈도와 의미를 분석해 금리선행지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텍스트 마이닝’ 방식을 도구로 사용하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진단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박 교수를 추천한 이유를 놓고 통화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을 경계하며 비교적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을 지녔는데 박 교수 역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매파로 기울었다는 의견이 많은데 박 교수 합류로 매파 성향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교수는 금융불균형 누적의 핵심요인 중 하나인 가계부채를 향한 관심과 우려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2014년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와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공동저술한 ‘빚으로 지은 집’을 번역했다. 가계부채가 경제불황의 근본 원인임을 주장하는 내용으로 박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부채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3월에는 한국은행 금요강좌에서 책의 내용을 토대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경제위기 대응에서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박 교수는 2018년에도 한국은행 경제분석에 투고한 논문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을 경고했다. 고소득계층은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에 투자하고 저소득층은 부채를 소비 재원으로 활용해 거시경제 안정성을 저해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금융통화위원 추천 이후 한 언론과 통화에서 최근 관심사 역시 가계부채문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석사학위 취득 후 잠시 한국은행에 몸담은 적도 있다. 지급결제 업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한국은행과 관련된 현안을 놓고 한국은행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박 교수는 2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성 제고를 위한 한은법 개정방향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나서 금융위원회가 빅테크기업의 지급결제를 관리감독하는 방안을 놓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한국은행이 수행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해서는 “발행에 적극적 나라들의 발행동기가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며 “현재와 같이 주요국 움직임을 주시하며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발행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박 교수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박 교수를 두고 “거시금융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정책참여 경험을 겸비하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수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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