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내놓았던 비상정책을 정상화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국책은행을 포함한 정책금융기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정부 정책에 맞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 지원 역할을 강화해 IBK기업은행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중장기 성장기반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기업은행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윤종원 행장의 간담회 결과에 맞춰 중소기업에 모험자본 공급 확대, 혁신금융 지원체계 구축 등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고 28일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날 윤 행장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장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경제 정상화정책을 실행하겠다며 이를 위한 단계적 과제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금융지원과 시장 안정화조치 등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했던 정책을 점진적으로 거둬들이면서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회복속도가 더딘 취약부문에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 충분한 정책자금을 계속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의 주요 기능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 지원 역할을 더 확대해 경제 정상화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어해달라는 임무를 맡긴 셈이다.
금융당국은 대출규제 등 가계부채 대응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차주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상공인에 금리를 1%포인트 우대해주는 새 대출상품을 내놓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1조 원 규모 정책금융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대출금 상환 유예,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등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9월에만 6천억 원 규모 사회적채권과 5억 달러에 이르는 외화 ESG채권을 연달아 발행하는 등 선제적으로 금융지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도 힘썼다.
윤 행장은 코로나19가 벌어진 뒤 전국 영업점에 코로나19 금융지원 업무와 관련된 인원을 충원하고 직원 성과평가체계를 개편하는 등 금융지원 강화에 다방면으로 힘써 왔다.
이런 노력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성과를 냈고 8월 말 금융권 최초로 중소기업대출 잔액 200조 원을 달성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기업은행을 활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 기업은행의 누적 지원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이 금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 수를 늘리는 것은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 정체성과 역량을 더 강화하고 미래 성장에 중요한 잠재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윤 행장은 정책금융 지원활동을 통해 관계를 맺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층을 기업은행의 다른 서비스 및 금융상품과 연계해 시너지를 추진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전문 경영지원 디지털플랫폼 ‘박스’와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박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이 정책자금 지원 신청과 대출 등 금융서비스, 경영관리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디지털플랫폼이다.
윤 행장체제에서 박스 신규 가입자가 늘고 플랫폼 기반 서비스도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자금관리 솔루션과 경영컨설팅 등으로 다양해지는 발전이 이뤄졌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 지원 확대는 곧 박스 플랫폼 이용 활성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은행에서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고객층을 넓히는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은행이 출시를 앞둔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고객의 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성장단계별로 적절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개발되고 있다.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확보해 기업은행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금융 지원에 따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정부 차원의 금융정책 정상화를 공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청와대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의 정책분야 전문성 등 장점을 살릴 기회로 꼽힌다.
윤 행장과
고승범 위원장이 과거 재무부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하는 등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는 점도 앞으로 정책금융 수행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윤 행장은 최근 기업은행 60주년 기념식에서 “중소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데 소명을 두고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해 국가경제의 포용적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