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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 시작됐나, 유럽중앙은행 '제로금리' 파장 심각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6-03-11 17: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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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크게 흔들렸다.

유럽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 강화로 환율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도 향후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더욱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완화정책 대폭 확대, 금융시장 흔들려

유럽중앙은행은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리파이낸싱금리를 0.05%에서 0%로 내렸다. 유럽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를 0%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전쟁 시작됐나, 유럽중앙은행 '제로금리' 파장 심각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예치금리는 -0.30%에서 -0.40%로 마이너스 금리폭을 확대했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한계대출창구금리도 0.30%에서 0.25%로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은 매달 600억 유로씩 사들이던 양적완화자산 규모를 4월부터 800억 유로로 늘리고 자산매입 대상에 투자적격등급 회사채를 추가한다.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4년 만기의 저금리장기대출(LTRO) 제도도 6월부터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끝낸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부양과 물가회복에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부양조치를 고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릴 필요가 없다고 현재 시점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발언도 함께 내놓았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이번 결정으로 향후 시장에 공급할 ‘실탄’을 사실상 모두 썼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력한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와 추가 경기부양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교차하면서 유럽의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독일 DAX30지수는 10일 장 초반에 전날보다 2.81% 올랐다가 오후 들어 5%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결국 전날보다 2.31% 떨어진 채 거래를 끝냈다.

영국 FTSE100지수는 장이 열린 뒤 전날보다 1% 가까이 올랐지만 1.78%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0.03% 떨어진 16995.13, 나스닥종합지수는 0.26% 하락한 4662.16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초반에 상승했다가 금세 떨어졌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럽중앙은행에서 대규모 완화정책을 발표한 직후 1유로당 1.08달러로 하락했다. 그러나 추가 경기부양책이 한동안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1유로당 1.12달러로 치솟았다.

안영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통화완화정책 확대에 급등하던 위험자산들이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했다”며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할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변동성을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 환율전쟁 막 오르나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완화정책을 확대하면서 환율전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도 증권업계에서 제기된다. 유로화가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향후 약세를 보일 경우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통화완화정책을 펼쳐 환율하락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환율전쟁 시작됐나, 유럽중앙은행 '제로금리' 파장 심각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김정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이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유로화약세 압력이 강해져 달러화강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낮아졌으며 일본은행(BOJ)도 추가 부양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매파적인 태도를 지켰다. 그러나 유럽에 이어 일본과 미국도 통화완화정책을 확대한다면 한국은행도 더욱 거센 금리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정책을 확대하면 증시가 일반적으로 활성화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국인투자자의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강화시켜 국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이 기대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는데도 유럽 증시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전처럼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확률이 낮다”며 “시장에서 확산 중인 통화정책 무용론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 확대가 장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 실물경기가 개선된다면 한국의 수출부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결정하면서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넘어 실물경기 개선을 이끌어낼 개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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