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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과 이재용의 화해, 삼성과 CJ의 협력도 복원될까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6-09 21: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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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과 이재용의 화해, 삼성과 CJ의 협력도 복원될까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눈 앞에 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해 모드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재용체제로 이행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삼성가문의 ‘오명’으로 남았던 가족문제도 말끔하게 해결하려고 한다.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회장 사이의 유산소송으로 빚어졌던 가문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는 것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와병중인 데다 이재현 부회장도 건강이 좋지 않아 교도소와 병원을 왔다갔다 하면서 화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 지배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CJ그룹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CJ그룹 상장사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의 3세 체제의 출발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촌형 이재현 CJ 회장과 화해의 손을 내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화해를 할 경우 CJ그룹과 삼성그룹은 사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어  주목된다. 하드웨어의 삼성전자와 콘텐츠가 강한 CJ그룹이 손을 잡을 경우 융합으로 가고 있는 IT사업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삼성, CJCGV에 광고 재개

CJ그룹의 주력 미디어 계열사인 CJ E&M은 2012년 200억 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억 원대로 급감했다. 이는 300억 원대에 이르는 삼성그룹 광고가 빠졌기 때문이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시작된 삼성과 CJ의 재산분쟁으로 삼성광고가 작년부터 CJ CGV에서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 전 회장이 상속소송의 상고를 포기하자 삼성은 CJ에 들어가는 광고 물량을 다시 늘리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최근 “그동안 좋지 않았던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영업부서가 본격적으로 삼성그룹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을 바탕으로 삼성과 CJ대한통운의 거래도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재산분쟁 소송이 불거진 2012년부터 동남아시장의 물류를 맡아온 CJ대한통운과 거래를 줄이다가 다른 물류업체와 계약하며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의 삼성전자 관련 매출은 약 3천억 원 수준이었다.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화해 분위기가 커지면 이 물량도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과 삼성그룹 사이의 화해 분위기는 소송이 마무리됐다는 이유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병세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회장의 와병이 삼성그릅과 CJ그룹 사이 감정의 골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달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조카 이재현 회장은 신장이식 거부반응 때문에 쇠약해진 몸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지난달 13일 이건희 회장의 와병과 관련해 "안정적으로 회복중이라는 소식이 들려 다행"이라며 "과거의 앙금을 떠나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대의 구원이 있지만 이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 사이에 대를 이어 딱히 사이가 나쁠만한 큰 이유는 없다"며 "이재현 회장이 수감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그룹을 넘겨받고서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선대에 그룹 계승에 따른 갈등이 있었지만 삼성가 3세들 사이에 굳이 대립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삼성 하드웨어 CJ 콘테츠 결합 시너지 클 것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 절대적 강자인 반면 CJ그룹은 콘텐츠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다.

  이재현과 이재용의 화해, 삼성과 CJ의 협력도 복원될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CJ그룹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케이블 가입자들이 집에서 시청할 수 있는 UHD 방송을 시작했다. UHD는 Ultra High Definition의 약자로 초고화질을 뜻한다. 이전 기술인 풀HD보다 4배 더 선명한데 이를 시청하려면 UHD TV가 필요하다.

CJ헬로비전은 서비스를 시작하며 삼성전자와 손잡았다. 삼성 UHD TV 이용자들이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CJ헬로비전의 UHD 방송 서비스를 볼 수 있도록 제휴를 맺었다. 삼성 TV 이용자들은 별도의 셋톱박스 대여료를 낼 필요가 없어 서로 윈윈이 되는 전략이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집에서 UHD 방송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은 세계 처음”이라며 “이번 시범 서비스는 UHD 방송 상용화 단계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4월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14 디지털케이블TV쇼' 행사를 열었다. 양휘부 협회장은 "시청자에게 혁신적 경험을,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케이블TV 업계가 영상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데 앞장섰다"고 말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UHD 방송신호 송출을 계기로 향후 세계 방송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 UHD TV, 전용 셋톱박스 등을 제조하는 삼성전자도 벌써 선도자로서 이득을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UHD TV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를 뒷받침하는 CJ그룹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기록이다.

CJ헬로비전은 2012년 1월 알뜰폰시장에 진출해 CJ그룹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알뜰폰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지난 4월 말 기준 ‘헬로모바일’ 가입자는 69만5천명으로 전체 시장의 23%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알뜰폰사업자들은 그동안 요금경쟁도 하기 전에 단말기 수급에서 밀렸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은 갤럭시S5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5 같은 최신 단말기는 CJ헬로비전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확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CJ알뜰폰은 고마운 존재다. 올해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때문에 신규 단말기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뜰폰의 성장세가 당분간 꾸준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는 업계 1위 CJ헬로비전을 통해 판매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CJ그룹이 시너지를 낼 곳들은 많다. 세계 IT기업은 ‘융합’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융합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 IT업계의 강자로 서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CJ그룹은 삼성전자에게 매력적인 콘텐츠 공급자다. CJ그룹은 방송을 비롯해 게임, 음악 등에서 국내 최대의 콘텐츠기업이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와 CJ그룹의 컨텐츠가 결합될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들이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화해 분위기를 주목하는 것도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CJ그룹과 삼성그룹은 과거 제휴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스마트TV를 내놓으며 콘텐츠 확대를 위해 CJ헬로비전과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 스마트TV로 CJ헬로비전의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티빙은 140여개 실시간 방송과 1만5천여 편의 프로그램 및 영화를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다. CJ그룹은 케이블업계 최대인 18개 채널을 가진만큼 이를 이용해 많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CJ그룹과 삼성그룹의 협력은 콘텐츠 분야를 넘어선다. 삼성카드는 2011년 CJ그룹과 제휴를 맺고 ‘CJ ONE 삼성카드'를 내놨다. CJ푸드빌에서 30% 할인을 제공하고 CGV에서 최대 8천 원을 할인해주는 카드다. 이밖에도 삼성의 숫자카드 시리즈인 ‘삼성카드3’, ‘삼성카드4’에도 CGV 할인혜택이 있다. 상속소송이 격화할 때에도 삼성카드와 CJ의 제휴는 그대로 유지됐다.

◆ 아버지들 갈등은 아버지대로 끝내자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간 상속소송은 지난 2월 이맹희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맹희 전 회장은 상고를 포기하며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고 생각하고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현과 이재용의 화해, 삼성과 CJ의 협력도 복원될까  
▲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은 “원고의 상고포기로 소송이 잘 마무리된 데 대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변호사를 통해 전했다.

이맹희 전 회장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이재현 회장이 강력하게 만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상고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2심 상고 이전에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1박2일 동안 이맹희 전 회장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유산소송이 시작된 이후 이재현 회장을 관찰했다.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고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에 이재현 회장이 정문으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이 회장은 매년 정문을 이용했다.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1995년을 전후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삼성은 CCTV로 이재현 회장의 집 정문에 누가 드나드는지 살피다가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장비를 급히 철거했다.

이재현 회장은 평소 부친과 왕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회장이 14살 때 이맹희 전 회장은 후계자의 자리에서 탈락한 뒤 외국을 떠돌았다.

이재현 회장은 2011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삼성그룹이 끼어든 일에 대해서도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 CJ그룹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삼성그룹과 경쟁하느라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수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사촌동생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대한통운 인수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이재용 부회장은 만난 적이 없다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이재현 회장은 즉각 그룹의 홍보담당자를 경질하며 대립이 부각되는 것을 막았다.


◆ 이재현-이재용-정용진, 삼성가 3세 관계 원만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 가운데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이재현과 이재용의 화해, 삼성과 CJ의 협력도 복원될까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세 명은 모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현 회장은 1960년 생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복고등학교 8년 선배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1968년생 동갑으로 초중고 동기동창에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동양사학과, 정용진 부회장은 서양사학과로 비슷한 계열로 진학했다.

셋은 모두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면제 사유는 각기 다르다. 이재현 부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CMT)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재용 부회장은 허리디스크, 정용진 부회장은 과체중으로 군면제를 받았다.

정용진 부회장은 평소 여러 차례 삼성제품에 대해 언급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연세대학교 강연에서 “제가 쓰고 있는 삼성 갤럭시S5에도 인문학적 통찰이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에 모두 반영돼 있다”며 칭찬했다. 동갑내기 사촌인 이재용 부회장과 사이가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지분 0.2%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지분이다.

상속소송이 일어나기 전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이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게 삼성과 CJ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재현 회장은 웬만하면 삼성과 잘 지내려고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두루 잘 어울리는 성격이다. ‘은둔의 경영자’ 이미지인 이건희 회장과 다르게 이재용 부회장은 술자리에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술을 잘 마신다. 직원들과 저녁 식사 때 본인이 직접 폭탄주를 제조한다.

삼성가는 매년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호암추도식을 여는데 소송이 일어나기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이재현 회장이 동시에 참석했다. 추모가 끝난 뒤 간단한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도 열었다.

2011년 당시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CJ그룹과 삼성그룹이 갈등을 빚고 난 이후라 이건희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부문에서 삼성과 CJ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사이는 여전히 좋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2011년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모두 참석해서 결혼을 축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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