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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경영'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어떻게 이뤄지나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6-03-02 18: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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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경영'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어떻게 이뤄지나  
▲ (왼쪽부터)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서원 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

두산그룹이 4세 경영시대를 개막했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회장을 거쳐 3세인 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으로  이어지는 공동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두산그룹은 사촌들이 돌아가며 경영하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3세들이 공동경영을 하면서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겪어야 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 4세들의 공동경영이 잡음없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 두산 4세경영시대 개막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2일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이사회에서 박정원 회장을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하면서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자의 유지에 따라 형제들이 번갈아 그룹 회장을 맡는 ‘형제경영’을 해 왔다.

박용만 회장은 2012년 4월 넷째 형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에 이어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박용만 회장은 동생으로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을 두고 있지만 박용욱 회장은 일찍부터 분가해 독자사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면 두산그룹은 4세들이 경영권을 돌려 맡는 ‘사촌경영’ 시대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은 3세경영시대에 60세 전후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이 쌓였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 만 54세로 빠른 편이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에 나이가 많은 4세들이 많기 때문에 원활한 사촌경영을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의 등기이사 임기가 올해 만료되기 때문에 박용만 회장이 지금 승계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촌경영'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어떻게 이뤄지나  
▲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왼쪽)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 박정원, 우여곡절 끝에 승계 


박정원 회장은 장남인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2남 가운데 장남으로 1962년생이다.

박 회장은 2009년 두산가 4세 가운데 처음으로 두산건설 회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부터 지주회사 격인 두산 회장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의 지분 6.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용만 회장(2.98%)보다 많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 박정원 회장의 두산그룹 승계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박정원 회장의 두산그룹 승계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 왔다. 박 회장이 이끌고 있는 두산건설의 경영실적이 추락하면서 박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원 회장이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두산건설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 두산건설은 2012년 매출 2조 3772억원, 영업손실 4491억 원, 순손실 6541억 원이라는 충격적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건설은 그 뒤 어렵게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오너 일가가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두산중공업의 알짜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도 두산건설에게 넘길 정도로 두산가와 그룹 계열사가 총동원돼 박정원 회장을 도왔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2011년부터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박용만 회장이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그룹 회장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박용만 회장은 박정원 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구축할 시간을 줬다는 관측도 나왔다.

  '사촌경영'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 어떻게 이뤄지나  
▲ 2015년10월30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아들 박서원 전무와 함께 야구경기를 보고 있다.

◆ 두산가 4세, 누가 있나


두산그룹 4세 경영인으로 박정원 회장과 동생인 박지원 두산 COO 겸 두산중공업 부회장,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서원 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등이 있다.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은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박진원 전 사장과 박석원 부사장은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의 아들이다. 박태원 사장과 박형원 부사장, 박인원 전무는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박서원 전무와 박재원 부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박두병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 집안은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가문에서 제외돼 두산그룹 경영 승계권이 없어졌다.

박두병 회장의 여섯째 아들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가문도  독립해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멀어져 있다.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은 형제경영과 장자우대 원칙에 따라 박지원 부회장, 박진원 전 사장, 박태원 사장, 박서원 전무가 순서대로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박지원 부회장은 박정원 회장을 이을 1순위 후보로 꼽힌다.

박지원 부회장은 경신고와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대 MBA를 졸업했고 미국 매켄에릭슨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박지원 부회장은 2001년 두산이 인수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두산의 지분 3.37%를 보유하고 있다.

박진원 전 사장은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5세에 두산음료에 입사했고 36세에 두산 상무, 43세에 두산산업차량 사장에 올랐다.

박진원 전 사장은 박용만 회장이 만든 두산의 전략수립부서인 ‘트라이씨(Tri-C)’에서 3년간 실력을 닦은 전략통으로 꼽힌다. 박진원 전 사장은 두산 지분 3.30%를 보유해 4세 가운데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박태원 사장은 오산고와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MBA)을 마쳤다. 그는 1994년 두산유리에 입사했고 2006년 두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박태원 사장은 두산 지분을 2.64% 보유하고 있다.

박서원 두산 전무는 색다른 이력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박서원 전무는 미국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 출신으로 아버지의 도움 없이 2006년 독립광고회사인 빅앤트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5대 광고제를 휩쓰는 등 광고계에서 활약하다 2014년 10월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두산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박서원 전무는 최근 두산의 면세점사업을 책임지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서원 전무는 두산의 지분을 1.77% 소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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