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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두산그룹의 경영위기 어떻게 돌파할까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3-02 18: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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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의 경영위기 어떻게 돌파할까  
▲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하며 후임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추천했다. (사진=두산그룹 제공)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에 올라 4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박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회장의 맏손자다.

두산그룹은 형제경영을 해왔는데 박 회장이 그룹 회장을 물려받으면서 재계에서 유례없는 ‘사촌경영’을 열게 됐다.

두산그룹은 중공업 중심으로 변신했으나 중공업 계열사들이 한꺼번에 위기를 겪으면서 면세점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승계하면서 주요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 박용만 “오래 전부터 회장직 승계” 생각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열린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이사회에서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회장을 천거했다.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큰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승계하면서 두산그룹은 오너 4세 경영시대가 열리게 됐다.

박정원 회장은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인데 박두병 회장의 부친인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에 해당한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지주회사격인 두산의 이사회 의장이 그룹회장을 맡아왔다.

박정원 회장은 25일 열리는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두산그룹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게 된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 동안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최근 들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승계해야 한다는 말을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만 회장의 두산그룹 회장 승계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박정원, 두산그룹의 경영위기 어떻게 돌파할까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등이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 격인 두산도 지난해 당기순손실 1조7008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밥캣의 상장, 공작기계부문 매각 추진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측은 “최근 일부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그룹 회장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박정원 신임 회장이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창업주 큰 손자의 첫째 아들이라는 정통성도 박정원 회장이 지닌 강점”이라고 말했다.

◆ 박정원, 소문난 야구광

박정원 회장은 두산가 4세 가운데 맏형으로 일찌감치 두산그룹 4세 경영의 1순위로 꼽혀왔다.

박 회장은 대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글로넷BU)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1992년 일본 기린맥주에 들어갔다가 2년 뒤 OB맥주 이사대우로 두산에 재입사했다.

박 회장은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취임해 이듬해인 2000년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2005년 두산건설 부회장과 2007년 지주회사 격인 두산의 부회장을 거쳐 2009년 두산건설 회장에 올랐다. 이때부터 두산베어스 구단주도 맡았다. 그 뒤 2012년부터 두산의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재벌가 자제답지 않게 성품이 과묵하고 소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타공인 야구광으로도 유명하다.

두산베어스는 무명 선수를 발굴해 육성시키는 이른바 ‘화수분 야구’가 특징인데 여기에는 인재 발굴과 육성을 중요시하는 박 회장이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육성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의 연료전지사업의 경우 2014년 신규 진출해 사업개시 2년 만에 수주 5870억 원을 올리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예상보다 빨리 그룹회장직을 조카(박 회장)에게 물려준 것은 그만큼 두산그룹 안팎에서 신임 박 회장에 걸고 있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의 경영위기 어떻게 돌파할까  
▲ 지난해 11월 31일 저녁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축승회 행사에서 박용만 두산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왼쪽부터 김태형 두산 감독, 박정원 구단주, 박용만 두산 회장, 오재원,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 <뉴시스>

◆ 밥캣 상장, 면세사업 안착 등 현안 산적


박 회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두산그룹에서 굵직한 현안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승계한 시점이 어느 때보다 두산그룹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더욱 무겁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친 상황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날 공작기계사업부문을 1조1308억 원에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이 금액은 애초 두산인프라코어가 기대했던 매각가격에 비해 최대 7천억 원이나 적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그동안 헐값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매각을 서두른 것은 박 회장으로 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을 물려받기 전에 주요 구조조정을 모두 마쳐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이다.

박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밥캣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두산밥캣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주관사 선정작업에 들어갔는데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야심차게 진출한 면세점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중공업 위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왔는데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기 위해 면세점사업에 진출했다. 두산그룹의 색깔을 변모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아 박 회장은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3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인재경영’이라는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미지를 회복하는 일도 박 회장의 몫이다.

두산그룹은 평소 '사람이 미래다'를 강조해 왔지만 지난해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이날 일제히 올랐다.

두산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5900원(7.82%) 오른 8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의 주가는 오전에 2%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다 경영승계 소식이 전해지자 수직 상승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도 공작기계사업부문의 매각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615원(15.04%) 급등한 4705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산중공업(6.36%), 두산건설(5.50%), 두산엔진(1.56%) 등의 주가도 동반상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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