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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야권 통합을 전격 제안했다. <뉴시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월 총선을 대비해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제안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일축했다.
김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에서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야권이 총선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서 저는 야권에 다시 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금 모든 국민들은 지난 3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행해온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분야의 실정을 심판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름대로의 이기심에 집착하지 말고 대의를 위해,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야권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후보간 연대, 당대당 통합 등 어떤 방법을 생각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야권통합을 제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단순 야권연대가 아닌 당대당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들 대부분이 당시 지도부를 문제 삼아 탈당했다”며 “지금 더민주 밖에 계시는 분들이 지나친 명분론에만 집착하지 않으면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계기가 어렵지 않게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로 테러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 데 대해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반드시 법안을 수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야권 통합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는데 야권 분열 구도에서 총선을 치를 경우 수도권 등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김 대표의 전격적 야권통합 제안에 술렁거렸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국민의당이 창당한 지 꼭 한달째 되는 날이다. 최근 지지율 추락과 지도부 알력설 등으로 ‘한달’을 자축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갑자기 통합 제안 소식이 날아오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제안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지만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등 온도차도 감지됐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장에서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길 바란다. 이 정도 하겠다”고 일축했다.
천 공동대표는 기자들이 김 대표의 제안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아 그래요?”라고 반문한 뒤 “돌연한 일이군요.그 문제는 제가 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 문제는 경솔하게 답변해선 안 될 일”이라며 “진의를 더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상임선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정확하게 좀 알아보겠다. 발언의 진의가 뭔지 좀 알아보고…”라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병호 의원은 의총 후 “우리가 탈당하고 신당을 만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패권적 친노와 낡은 진보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변화없이 야권 통합을 한다는 것은 과거의 당으로 회귀하는 것인 만큼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너무 급작스러운 얘기이자 현재 여건에 맞지 않는 말씀”이라며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낡은 진보와 먼저 결별해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권 분열 구도에서 총선 승리를 낙관했던 새누리당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야권통합을 맹비난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김 대표는 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통합을 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구태정치가 또 살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선거 때만 되면 불거지는 ‘묻지마 연대’와 야권 야합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야당의 고질적 불륜정치가 이번에도 등장한다면 국민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