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2021년 임금협상에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사장은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2년 넘게 노사관계 악화라는 부담이 있었는데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 상장 리스크 제거한다, 한영석 올해 임금협상 속도낼까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후판(선박에 사용되는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를 맞이한 상황에서 시장에 현대중공업 기업가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아직 남아있는 올해 임금협상 타결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가 2021년 임금협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사는 2019년 5월 임금협상 상견례를 연 뒤 그동안 2년2개월여 동안 2019년 임금협상과 이에 더해 2020년 임단협도 함께 진행해 왔다. 그만큼 양쪽에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2년치 임단협이라는 가장 큰 현안에 합의한 만큼 노사 모두 적극적 자세로 남아있는 올해 임금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게다가 현대중공업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는 올해 말 새 노조 지부장을 뽑는 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금의 노조 집행부는 2년 치 협상을 해결했지만 그동안 조합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보면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빠른 진전을 이끌어내 리더십을 확고히 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16일 2년치 노사교섭을 마무리하며 8월 여름휴가 이후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영석 사장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노사관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임금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올해 안에 코스피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상장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월 상장 대표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크레디트스위스를 선정하고 기업실사와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작성 등의 절차를 2개월여 만에 마쳤다.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따라 이르면 9월 안에 상장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임단협 타결로 노사관계를 회복해 시장을 향해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신호를 줄 수 있게 됐다.

한 사장이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단협에서도 한걸음 물러서 타결에 도달한 것도 상장을 앞두고 노사합의를 통해 사업 외의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85억51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88억8800만 달러)의 96%를 달성했다. 이런 좋은 상황을 상장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6일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 64.6%로 가결된 3차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2020년 기본급 인상이다.

3차 잠정합의안은 동결(호봉승급분 2만3천 원 별도 인상)했던 2020년 기본급을 5만1천 원(호봉승급분 2만3천 원, 춘추계 단합행사 1만 원 기본급 전환 포함) 인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합행사 전환비용을 제외하면 기존 잠정합의안보다 기본급 인상분 1만8천 원이 추가된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금 인상을 요구해왔고 지난 6일에는 크레인을 점거하며 전면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월과 4월 1차,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이 잠정합의안은 2번 모두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2월 도출한 1차 잠정합의안 내용을 보면 2019년 기본급 4만6천 원(호봉승급분 2만3천 원 포함) 인상, 성과금 218%(약정임금 기준), 타결 격려금 100%(약정임금 기준)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화합 격려금 150만 원이다.

2020년은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천 원 별도 인상), 성과금 131%(약정임금 기준), 생산성 향상 및 노사화합 격려금 230만 원, 지역경제상품권 30만 원이다.

4월 2차 잠정합의안에는 1차 잠정합의안에 특별격려금 200만 원을 추가하는 안이 나왔다.

한영석 사장은 9일 노조가 크레인 점거 전면파업을 연장하기로 한 뒤 내놓은 담화문에서 "올해 들어 신규 선박수주가 늘어나고 있는데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소모적 갈등으로 놓칠 수 없다"며 "앞으로 임금은 기본급 위주의 체계로 바꾸고 이익을 낸 만큼 보상을 반드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철광석 가격 급증에 따른 후판 가격 인상이 단기 수익성을 해치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사장이 올해 입금협상에서는 불협화음을 줄이고 사업적 현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 셈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철강업계와 후판가격을 72만 원 안팎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이 40%가량 증가한 100만 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조선 자회사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를 둔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하반기 후판 가격 추가 인상에 관한 충당금(4800억 원 추정)을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보수적 회계반영이 적용된다면 8월 예정인 현대중공업의 상장일정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아직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단협이 타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21년 임금협상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