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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대선출마 찾는 김동연, 한국의 마크롱 되나 실패 되풀이하나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7-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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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지대에서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양당을 향한 국민적 실망감을 파고들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기성정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지만 한국 정치사를 통틀어 제3지대 시도는 매번 실패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제3지대 대선출마 찾는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915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동연</a>, 한국의 마크롱 되나 실패 되풀이하나
▲ 깅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18일 정치권 안팎의 분석을 종합하면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총리는 19일 책 ‘대한민국 금기 깨기’를 출간한다. 과거 정부에서 정책을 추진하며 겪은 좌절의 경험, 국가과잉‧격차과잉‧불신과잉에 젖어 분열과 갈등사회로 치닫는 사회현실에 관한 비판이 책에 담겨 있다.

김 전 부총리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가장 근본적 금기는 ‘승자독식구조’"라며 ”여러가지 금기 깨기를 제안하면서 대한민국을 바꿔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책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책을 쓴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 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의 교체”라고 말했다.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초 김 전 부총리의 정치적 거취를 두고 국민의힘 입당을 비롯한 보수야권 합류가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야권 대선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상황이라 김 전 부총리가 야권에서 틈을 만들 공간은 적어 보인다.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미 국민의힘 입당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게 됐다. 여기에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종적으로 야권의 합류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세력 없이 야권에 둥지를 틀려 하다가는 자칫 이들 사이에서 그냥 묻혀 버리는 신세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3지대에서 차별화 행보를 하는 게 김 전 부총리에게 되레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 정치를 시작한다면 ‘마크롱 모델’이 참고가 될 수 있다.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를 두고 마크롱 모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에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을 놓고도 마크롱 모델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이미 야권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과 마크롱 모델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됐다.

실제 김 전 부총리가 윤 전 총장보다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산업부 장관을 지냈다. 사회당은 프랑스의 진보정당이다.

하지만 사회당 정부를 떠난 뒤 새로운 중도 정당 앙마르슈(전진)를 창당했고 201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프랑스에서 진보와 보수 양대 정당이 모두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던 처지였는데 그 틈을 마크롱 대통령이 잘 파고들어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전 부총리도 경제관료 출신으로 진보진영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로 일했다. 그가 제3지대 정치를 한다면 그의 노선 역시 보수나 진보가 아닌 중도노선에 가까운 제3의 길을 채택할 가능성이 많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도 보수야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지난해 제21대 총선까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비록 올해 야권이 재보궐선거 승리로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권 역시 4월 재보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제3지대가 활성화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은 마련된 셈이다. 기성정치를 향한 염증이 제3지대 형성의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제3지대 정치 시도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양대 정당이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제3지대 세력이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선거에서는 사표 방지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실제 지지 의사와 무관하게 당선 가능성이 적은 후보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도전이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제3지대에서 출마했던 정주영 후보에서부터 제15대 대선의 이인제 후보, 제17대 대선의 문국현 후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제18대와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높은 지지도를 얻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대선을 완주하지도 못했다.

김 전 부총리 개인의 지지기반이나 인지도가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 원내인사들의 지원을 받는 상황도 아니고 지지층이 두터운 편도 아니다.

판세를 뒤엎는 게 어렵다고 본다면 제3지대를 지렛대 삼아 캐스팅보트를 맡는 것으로 역할을 바꾸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김대중, 김종필 후보는 이른바 ‘DJP연합’으로 손을 잡아 집권에 성공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김종필은 국무총리로, 자유민주연합(김종필 후보가 창당한 충청권 기반 정당) 인사들은 장관으로 기용돼 연립정부와 유사한 형태로 정부를 구성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선진통일당이 여당인 새누리당과 합당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적도 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선진통일당 대표를 지냈던 이인제 전 의원을 비롯한 선진통일당 인사들은 새누리당에서 정치적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돼 당지도부에 합류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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