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이 노조와 2021년 임금협상을 타결해 경영 리더십을 입증할까?

14일 금호타이어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열린 올해 임금협상 11차 본교섭도 별다른 소득없이 끝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타이어 노조 파업 가능성 커져, 정일택 경영 리더십 입증 험난

▲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이에 따라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금호타이어 노조)가 기존 계획대로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임금협상 11차 본교섭에서도 회사가 진전된 제시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15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정 사장으로서는 대표이사에 내정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정 사장은 올해 3월 대표이사에 내정된 뒤 5월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선임됐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영업, 생산을 두루 거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던 전임자 전대진 전 사장과 달리 정 사장은 1988년 금호타이어에 입사한 뒤 연구개발 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정 사장은 재료개발담당으로 임원을 시작해 품질본부장과 연구개발본부장 등 금호타이어 주요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공장 운영에 직접 관여해 본 경험은 없다.

정 사장이 3월 전대진 전 사장이 자진사퇴한 이후 후임으로 발탁됐을 때 금호타이어 안팎에서는 '깜짝인사'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더구나 방역문제 등으로 금호타이어 내부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불거진다면 정 사장으로서는 더욱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금호타이어에서는 올해 임금협상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된 임원과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입길에 오른 임원은 7월 초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임원은 이전에도 이상증세가 있었지만 출근했고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등 보건수칙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회사에서 감싸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뒤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의 업종별 커뮤니티인 ‘자동차 라운지’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임원이 이상증세가 있음에도 주말에 검사를 받지 않고 월요일 출근해서 회의에 참석했다”며 “인사팀 임원이 임원들만 몰래 검사받고 오라고 지시하고 확진자 나온 층만 검사를 지시하는 등 방역문제가 심각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뒤에 이에 호응하는 댓글이 수십 여개 달리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가 2018년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인수계약을 맺을 때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시한 3년이 올해 7월 초 지났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고용을 놓고 불안해 하고 있다.

정 사장으로서는 대주주 더블스타와 소통을 확대해 노조에 고용불안도 씻어줘야 노사관계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올해 4대 핵심요구안을 살펴보면 △우리사주 분배 △2018~2020년 성과급 반납분 환원 기준 재설정 △베트남공장 증설 철회 △기본급 인상·격려금 지급 등이 포함됐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요구한 4대 핵심요구안 가운데 기본급 인상·격려금 지급를 제외한 3개 항목에는 더블스타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파악됐다.

특히 베트남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본사를 거치지 않고 베트남 공장법인에 바로 지분투자를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에서는 더블스타가 본사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대신 영업이익을 내는 베트남 공장법인에 직접 지분투자 형태로 출자하면서 바로 배당으로 이익을 회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리사주 분배와 2018~2020년 성과급 반납분 환원 기준 재설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사장이 움직일 공간이 넓지 않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아직까지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금호타이어가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를 이룬 만큼 2018년 4월2일 특별합의한 내용대로 우리사주 및 스톡옵션을 분배하고 성과급 반납과 관련해서도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노조와 최대한 빠르게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