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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인 SPC그룹 회장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SPC그룹을 ‘베이커리업계의 삼성’으로 키웠다. 그룹 간판인 파리바게뜨는 현재 국내외에 걸쳐 34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2위 CJ푸드빌의 뚜레쥬르의 점포가 130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정도 많다. 파리바게뜨는 2011년 매출기준 시장점유율 78.3%를 차지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허 회장의 화려한 성공신화 뒤에 상처와 흉터가 많다. 허 회장이 프랜차이즈 왕국을 구축하기까지 많은 가맹점주들을 희생하게 만든 것이다.
◆ 허영인 상생경영 이면의 가맹점주 눈물
SPC그룹은 최근 상생경영을 앞세워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2년 전부터 ‘SPC 행복한 장학금’을 운영하며 가맹점주 자녀와 아르바이트 대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장애인 취업 활성화를 위해 ‘행복한 베이커리&카페’를 출범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국내 농가와 기업이 상생하는 동반성장 전략도 펼치고 있다. SPC그룹은 올해 초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함께 ‘우리농가와 SPC그룹의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2018년까지 국산 농축산물 구매를 1조 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이런 행보가 허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허 회장은 평소 “나눔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사회와 적극적 소통을 통해 더 많은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PC그룹이 상생과 사회공헌에 나선 것은 단순히 허 회장의 신념 때문으로 보기만은 어렵다. 오히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희생과 관련해 SPC그룹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평가가 많다.
◆ 길 하나 사이에 두고 가맹점 내준 ‘갑의 횡포’
허영인 회장은 2011년 8월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겠다며 ‘동반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가맹점만 늘리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 사업전략을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드러난 사실은 허 회장의 상생경영 약속과 전혀 딴판이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신규 프랜차이즈 매장을 마구잡이로 내는 등 기존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을 벌였다. 심한 경우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가맹점이 들어서는 사례도 발견됐다. 가맹점포가 늘어날수록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파리크라상은 2009년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넘겼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서로 '제살깍기식' 경쟁을 벌여야 했다. 특히 가맹점주들의 상당수가 퇴직 후 노후자금을 털어 가맹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했다. 파리바게뜨는 '퇴직자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공정위가 2012년 4월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신규 가맹점을 열 수 없도록 파리바게뜨를 규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본사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과도한 리뉴얼 강요도 문제로 지적됐다. 파리크라상은 2~3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재계약을 할 때 매장을 두 배 이상 확장할 것을 요구했다. 가맹점주들은 최소 5년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인테리어 교체나 점포확장을 강요당했다.
◆ 2~3년 단위로 5억 짜리 리뉴얼 요구
파리크라상은 리뉴얼을 거부한 가맹점들에게 계약해지 통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 7월부터 2011년 4월 사이 재계약을 앞둔 30개 가맹점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계약갱신 통보가 이뤄졌다. 파리크라상의 횡포로 가맹점주들은 많은 경우 5억 원이 넘는 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장 리뉴얼에 투자해야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파리크라상이 가맹점주들로부터 인테리어 공사비를 현금으로 받고 공사업체에게 만기 120일 이상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로 대금을 지급하는 ‘갑의 횡포’를 벌였던 것도 드러났다. 공사업체는 만기 이전에 현금을 회수하면 대출 수수료를 내야 했고 만기에 회수해도 정기예금 이자율 수준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였다. 파리크라상의 횡포로 공사업체들이 입은 피해는 최소 12억 원에서 최대 21억 원에 달했다.
결국 파리크라상은 지난해 4월 가맹사업법 및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혐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5억7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허영인 회장은 공정위 규제 이후 언론사 보도를 통제하려던 것이 밝혀지면서 또 한 차례 체면을 구겼다. SPC그룹은 인터넷 언론인 ‘go발뉴스’가 지난해 4월 파리크라상이 공정위 과징금을 받은 것을 보도하자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SPC그룹은 지난해 5월에도 광고를 대가로 기사를 내려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go발뉴스’는 광고를 거부했고 SPC그룹의 언론 회유를 그대로 보도하면서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오히려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추적60분’ 제작진이 지난해 6월 이를 집중 조명하는 내용을 담은 ‘을의 발란, 갑은 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일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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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이 지난해 2월 13일 서울 서초구 대한제과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로 공정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
◆ 1만8천개 동네빵집이 4천개로 줄어
허 회장은 골목상권 논란도 피해가지 못했다. 2011년 말부터 재벌가 딸들의 빵집전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SPC그룹도 유탄을 맞았다.
SPC그룹의 골목상권 진출 문제를 지적한 곳은 동네 빵집 업주들이 주축인 된 대한제과협회였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2012년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골목상권 침해 등의 행태를 계속할 경우 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00년까지만 해도 동네빵집 수가 1만8천 개에 달했는데 현재는 4천 개에 불과하다”며 “이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과도한 횡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프랜차이즈 매장 확장을 자제하고 동네 빵집에 압력을 가해 가맹점 전환을 유도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SPC그룹은 대한제과협회와 첨예하게 맞섰다. 당시 SPC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1945년 상미당이라는 동네 빵집에서 시작한 기업인만큼 대기업 제빵기업과 태생부터 다르다”며 “동네 빵집 수가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를 프랜차이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SPC그룹과 동네빵집의 갈등은 지난해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시키면서 일단 봉합됐다. 동반위 결정에 따라 SPC그룹은 2016년 2월 말까지 3년 동안 중소 제과점 500m 이내에 점포를 열 수 없다. 가맹점 신설도 직전년도 점포수 기준 2% 이내로 제한된다.
◆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골목을 향한 욕망
SPC그룹은 동반위와 여론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동반위 권고를 받아들였다. 조상호 SPC그룹 총괄사장은 ‘동반성장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일단 룰이 정해졌으니 잘 지켜서 업계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상생하는 게 SPC그룹의 기본 방향”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은 이후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몸을 낮추는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7월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던 빵집 ‘베즐리’ 인수설이 나왔을 때 곧바로 인수 사실을 부인했다.
올해 1월 제주시 농협 하나로마트 입점계획도 자진철회했다. 제주시 농협의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지역상권 살리기에 동참하겠다며 계약철회를 알려왔다”며 “상생과 공조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계약철회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최근 다시 불거지는 모습을 보인다. 공정위가 지난달 21일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500m 거리제한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행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개정 가맹거래법상 부당한 영업지역침해 금지조항’과 중복된다며 폐지를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현재 서울 올림픽공원에 파리바게뜨 신규점을 출점시키는 과정에서 동반위의 500m 권고안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동반위는 동네빵집인 ‘루이벨꾸’와 거리가 500m 이내라는 이유로 출점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SPC그룹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