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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SK는 왜 투자형 지주사로 가나, 전장에서 직접 싸우는 '왕'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6-25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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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존재감이 요즘 들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테크놀로지까지 상장을 완료했고 11번가, ADT캡스의 상장도 앞두고 있다.

SK는 스스로를 ‘투자형 지주회사’라고 말한다. 심지어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문명인 SK Holdings에서 지주회사를 의미하는 Holdings를 떼어내기도 했다. 

투자형 지주회사는 무엇일까? 그리고 SK는 왜 투자형 지주회사가 되겠다는 걸까?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배당금과 상표 사용료를 통해 돈을 번다. 이런 지주회사의 일반적 수입원 이외에 ‘투자’, 즉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매각하는 방법으로도 돈을 버는 지주회사의 형태가 바로 투자형 지주회사다. 

실제로 SK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이아이테크놀로지의 상장으로 손에 쥔 현금은 모두 5조3천억 원(SK바이오팜 2조1천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 1조5천억 원, SK이아이테크놀로지 1조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SK의 ‘투자형 지주회사’ 선언은 돈을 많이 버는 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서일까? SK는 그렇게 번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걸까?

SK는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을 통해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투자하고 그 기업의 기업가치를 향상시켜 투자이익을 실현한 뒤 그 이익을 성장 잠재력이 큰 다른 기업에 재투자하는 방법을 통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은 보통 사업 자회사들이 진행한다. SK그룹이 반도체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고 결심했을 때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주체는 SK가 아니라 SK텔레콤이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SK가 직접 인수합병에 뛰어드는 것과 관련해 “지주회사인 SK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SK가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SK그룹의 최선봉에 서서 적극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탐색하기 위함”이라며 “또한 자회사들의 투자는 각 회사들의 사업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지주회사는 그런 한계에서도 벗어나 새로운 영역, 장기적 투자 등을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를 ‘왕’, 그리고 자회사를 그 왕이 거느리고 있는 ‘장군’에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지금까지 지주회사들은 왕궁에서 장군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SK는 직접 전선에 나가 병력을 진두지휘하는 왕이 되겠다는 것이다.

장군은 함부로 할 수 없는, 당장은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 될 수 있는 지루한 방어전, 소모전 등을 왕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회사는 왕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조율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룹 전체가 투자를 통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려면 지주회사가 직접 현금을 들고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법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 SK는 최근 첨단소재사업, 그린사업(친환경사업), 바이오사업, 디지털사업 등 4가지 핵심사업을 선정했다. 앞으로 투자의 목적을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이 네 가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에 두겠다는 것이다.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3월 SK그룹의 투자철학과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SK가 투자자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지금 이대로 가면 되는것인지 고민을 하게 됐다”며 “긴 고민 끝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전문가치 투자자’라는 답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방향의 결정을 각 사업 자회사들이 내리기는 힘들다. 지주회사가 ‘투자형 지주회사’를 표방하고 있기에 가능한 설명인 셈이다.

물론 이 방식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주회사가 잘못된 투자 결정으로 커다란 손해를 보게 된다면 그 여파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잘못된 투자가 연쇄적으로 일어나 그룹 전체가 휘청이게 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SK그룹은 SK가 지주회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것이 SK고 지금도 투자형 지주회사는 SK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하기도 했다.

SK의 투자형 지주회사 전환, 이 전략이 정말로 4차산업혁명시대에 SK그룹을 영광의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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