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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가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할 인적쇄신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 전 김 비서실장을 유임했다. 김장수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교체했지만 김 실장은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김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권 내부의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선거 결과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는 민심이 심각하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면서 향후 추진될 인적쇄신의 핵심으로 김 실장을 꼽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선거 후 일부 여권인사들은 김 실장이 물러나는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민심에 대한 뼈저린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의 퇴진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 ‘김기춘 사퇴론’ 다시 나오는 이유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 2년차 ‘중간평가’를 치렀다. 예상했던 만큼의 참패는 아니었으나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당장 인적쇄신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선거결과가 나온 5일 “국정개혁 과제 전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적쇄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6일 연휴 동안 새 국무총리 후보자 등 개각과 관련해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의 의지를 보여줄 핵심인사는 내각의 국무총리와 청와대의 비서실장이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8월 임명된 이래 끊임없이 권력남용 시비에 시달렸다. 취임 후 공안정국 논란과 함께 부산경남지역 및 법조계 인사의 중용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소통령’과 ‘기춘대원군’ 등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런 논란의 결과다.
세월호 참사 후 김 비서실장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사건이 터진 뒤 이전까지 60%가 넘었던 박 대통령 지지율은 50%대 초로 급락했다.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 카드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 첫 번째가 안대희 총리 후보자였는데 안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김 실장은 책임론의 한복판에 섰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김 비서실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때다.
지방선거 결과 이후 여당 내부에서는 다시 김 비서실장의 사퇴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장윤석 의원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개각 이후 청와대도 전면적인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비서실장이 사퇴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당의 생각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음을 내비쳤다.
특히 정부여당은 7월30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 전에 인적쇄신을 통해 정부여당이 바뀌고 있음을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파급력은 의외로 클 것”이라며 “여야 모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김 비서실장의 교체를 통해 인적쇄신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거에서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다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쥘 기회를 잡았다”며 “청와대 비서진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통해 국가개조를 해나갈 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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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3회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
◆ 박근혜는 김기춘을 놓을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을 향한 거센 사퇴요구에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김 비서실장은 5일 오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선거 이후 추진해야 할 정책 관련 논의를 주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 비서실장이 각 수석들에게 정부조직 개편 등 정책현안을 예정된 시간표에 맞게 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을 대체할 인물을 찾지 못하는 이상 김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박 대통령은 한동안 직접 정책 안건을 챙겼다. 그러나 최근 부총리 직위를 만들어 내각에서 한걸음 물러나는 식으로 정부운영에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와 여당을 컨트롤할 인물은 김 비서실장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 국정원장, 국가안보실장을 이미 전부 교체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서실장까지 바꾸면 일은 누가 하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2인자는 때때로 총알받이로 여론의 뭇매에서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김 비서실장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추진하는 데도 김 비서실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총리 지명 후 개각에 나선 뒤 최종적으로 청와대 개편에 나서는 순서대로 인적쇄신을 할 계획이었다”며 “김 실장 외에 이를 맡아서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김 비서실장과 맺은 인연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원로 참모그룹인 ‘7인회’에 속해 있다. 그는 공안검사로 일하던 1974년 고 육영수 여사의 암살범인 문세광의 자백을 받아냈다. 또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이자 관련 장학생들 모임인 ‘상청회’ 회장이기도 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해 말 가족문제로 두 차례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박 대통령이 만류해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사심이 없고 박 대통령의 뜻을 충직하게 이행해 어느 사람보다도 신임을 받는다”며 “만약 김 실장이 물러나려면 박 대통령의 가슴 아픈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