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사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부회장은 1996년 48억 원을 들여 이 지분을 취득했다. 이 지분의 평가액은 현재 보수적으로 잡아도 1조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할 경우 최대 2조3천억 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18년 만에 삼성에버랜드 지분으로 2조 원의 천문학적 차익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곤욕을 치렀다.  삼성은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해 10년 동안 재판정을 드나들어야 했다. 이 회장도 삼성특검에 의해 법정에 섰다. 이 부회장도 소환조사와 증인출석 등으로 검찰 앞에 서야 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쥐게 될 2조 원이 넘는 돈에 항상 어두운 꼬리표가 붙어 다니게 된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물려받는 데 이 돈을 쓸 경우 '편법'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어진다.

◆ 이재용이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취득한 과정

이 회장은 1994년~1996년 사이 이 부회장에게 61억 원을 증여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일본 게이오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에 재학중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 돈을 물려받고 증여세로 16억 원을 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삼성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사서 상장하면 되파는 방식으로 돈을 불렸다.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이 이재용 부회장의 돈이 거쳐간 회사다. 이 부회장은 이 회사들의 상장 차익으로 28세 때 약 600억 원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1996년 주주인 삼성계열사들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재무상태는 양호했지만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는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전환사채를 배정받은 삼성계열사들은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이 전환사채는 전량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부진 이서현 사장에게 배정됐다. 전환사채의 가격은 주당 7700원이었다. 이 부회장은 48억 원으로 에버랜드 지분 31.9%를 확보했다.

그뒤 지분 변동과정을 거쳐 이 부회장의 지분은 현재 25.1%가 됐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의 지분은 각각 8.4%다.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그룹 승계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낸 세금은 처음 61억 원을 증여받을 때 냈던 16억 원이 전부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2000년 법학과 교수 43명과 시민단체들이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이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장남 이재용씨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기업을 편법으로 상속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삼성특검을 조직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삼성에버랜드의 1996년 주당 가치를 8만5천원으로 평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불한 주당 7700원보다 11배 많은 금액이다. 저가발행뿐 아니라 삼성계열사들이 사채인수를 포기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사실상의 공모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들은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았으나 2009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 대 5의 의견으로 무죄를 확정하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이었다. 주주배정이라면 시가보다 낮게 배정해도 회사에 손해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계열사들이 사채인수를 포기한 것을 자유의지로 본 것이다.

이 회장도 삼성특검에 의해 2008년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섰다. 이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에 대해 무죄처분을 받았지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으로 징역3년, 집행유예5년을 받았다. 그러나 서너 달 후 단독사면됐다.

삼성특검 과정에서 이 부회장도 서면조사와 소환조사를 받았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가까이 지속됐다.

삼성특검과 별도로 이 부회장의 편법승계를 인정한 민사판결도 있었다. 대구고등법원은 2012년 이 회장 등에게 “1996년 당시 에버랜드 주식 가치는 22만 원이었다”며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포기하도록 종용했으므로 13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이 회장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 이재용은 얼마나 차익을 얻을까?

이 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인수해 62만7390주를 취득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뒤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 현재 레저사업부·외식사업부·패션사업부·건설사업부의 4가지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현재 가치는 어떻게 될까?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기준 에버랜드의 주식을 주당 약 209만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3천억 원 가량이다. 18년 동안 1조2952억 원의 차익을 올린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할 경우 주당 가치가 300만 원이 넘을 것이라고 본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연구원은 “보수적으로 보아도 에버랜드의 주당 가치는 305만 원에서 365만 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9천억~ 2조3천억 원 정도다. 18년 동안 2조 원 안팎의 차익을 올리게 된다. 천문학적인 투자수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