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은 노무현 참여정부의 마지막 1년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을 바라고 있지만 집값 폭등에 따른 ‘성난 부동산 민심’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참여정부와 달리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와 싸우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과 경제회복이란 과제에서 성과를 낸다면 막판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후보가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가 하는 점이다.
노무현 후보는 어떻게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 이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는지, 반대로
정동영 후보는 왜 실패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바로 내일을 위한 역사와 대화이다.
■ 방송 : 이슈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성보미 기자
곽 : 안녕하십니까. 채널Who 곽보현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는 등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의석을 안겨준 민심이 1년 만에 확 돌아섰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정부 임기 4년차에 진행된 2006년 지방선거를 떠올렸는데요.
당시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전북을 제외하고 15곳 모두 참패한 뒤 이듬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줬죠.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와 함께 민주당이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노무현 참여정부 때와 비교하면서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성: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입니다.
◆ 성난 부동산 민심은 왜 나왔나, 이제 어떻게 마주해야 하나
곽: 일각에서는 이번 4·7 재보궐선거의 참패를 놓고 노무현 참여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에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를 떠올리며 같은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했다는 것이 뼈아플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점이 노무현 참여정부와 비슷하죠.
성: 맞습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는 서민생활의 가장 큰 적을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를테면 실거래가 신고와 등기부 기재 의무화가 있으며 LTV라고 불리는 주택담보대출비율과 DTI라는 총부채상환비율이 있습니다.
이 밖에 토지 소유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반응하면서 노무현 정부 임기 5년 동안 주택 가격은 폭등하고 말았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전국 33.8%가 올랐으며 서울은 56.6%, 성루 강남은 무려 67%나 급등했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결국 집값이 치솟자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은 늘었고 양극화가 심해져 화난 부동산 민심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결국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죠.
곽: 지금 민주당에서도 부동산정책의 실패한 부분은 확실히 반성하고 주택공급정책으로 전환된 것들을 빠르게 실현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 네. 부동산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물을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꾸준히 공급을 늘려나가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공급의지를 강조하는 말을 했는데요. “정부는 이미 발표한 2·4공급대책에 따라 주택공급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부동산시장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면도 있어 계속 이런 메시지를 던질 필요도 있습니다.
곽: 노무현 참여정부 때와 다르게 분열하지 않는 점도 중요합니다.
성: 그렇습니다.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더욱 단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칫 서로를 비판하는 내부분열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정권 재창출의 기회를 완전히 놓치는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옵니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에도 재보선 참패 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는데요.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더민초’라는 모임을 만들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성비위와 관련해 진정한 사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쇄신 요구안을 내놨습니다.
처음에는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윤호중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가라앉은 모습입니다.
곽:
문재인 정부에는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를 몸소 겪은 인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내년 대선까지 10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성: 말씀하신 대로 정부와 여당의 관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 시절부터 ‘한 팀’을 강조하며 분열을 극도로 경계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내부분열하는 양상을 나타냈을 때 배운 학습효과인 것이지요.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민주당에게 정부와 똘똘 뭉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3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콘크리트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곽: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이 10%대로 급격히 떨어졌는데 이와는 확연히 다르네요.
민주당 지지율도 문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듯 합니다.
성: 원내대표로 당선된 윤호중 의원이 ‘유능한 개혁정당’을 외치며 개혁입법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윤 원내대표는 이렇게 얘기했어요.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다음에도 할 수 없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흔들리지 않고 중단없이 추진하겠다.”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반성하되 좌절하거나 낙심하거나 초조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대선 승리를 위해 전진해야 할 때다.”
이렇게 얘기하면서 많은 의원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 코로나19 백신의 집단면역과 경제회복은 엄청난 변수
곽:
문재인 정부만이 겪고 있는 특수상황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코로나19라는 상황인데요.
방역이 반드시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모두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이 나왔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생활고가 시작됐고 계속 누적되면서 이제는 폭발 직전까지 오게 됐습니다.
코로나19는 국민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이자 경제적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막판 민심을 흔드는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성: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코로나19로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마스크 착용, 선별 진료소를 통한 신속한 검사 등으로 초기대응에 성공하며 K방역의 우수성을 알렸죠.
이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2020년 2월에는 지지율이 40%대 중반을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21대 총선 직전 2020년 4월 초에는 지지율이 50%대 후반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확 바뀌었습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까지 떨어졌습니다.
물론 성난 부동산 민심이 크게 작용했죠.
하지만 4월 말 기준 백신 접종률은 3%대로 백신 접종이 너무 늦다는 꼬리표가 붙으며 백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곽: 그럼에도 정부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입니다.
이를 차질없이 달성해낸다면 오히려 대선 직전에 여당의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 맞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자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했습니다.
이 때 방역기획관을 신설해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앉혀 코로나19 극복에 사활을 걸고 있죠.
또한 러시아 백신 도입까지 검토할 정도로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약속한 대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뤄내면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반등을 노릴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집단면역 이외에도 큰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생활고 문제인데요. 경제적 어려움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이들의 생활고 문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만 거죠.
곽: 이런 점들이 올해 말 민주당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내년 대선에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변수가 있는 셈이네요.
◆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노무현과 실패한 정동영의 차이
곽: 변수가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선후보의 역량입니다.
그 대선후보의 힘으로 주어진 변수를 지지로 변경시킬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무엇보다 대선후보가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를 얼마나 잘 읽어내고 공감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성: 맞습니다. 사실 노무현 참여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로 다음 대선주자였던
정동영 후보의 공감능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이 있습니다.
당시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정동영 후보는 지지율이 17.8%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상대 후보였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지지율 52%를 보여 정 후보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상대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을 겨냥했습니다.
거기에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경험을 살려 이른바 ‘평화가 돈이다’라고 주장하며 ‘통일과 평화’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람은 이명박 후보였습니다.
이 후보는 실용주의에 입각한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죠. 당시 내수회복과 신성장동력을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목말랐던 유권자의 마음을 잘 공감했던 것이죠.
곽: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개인역량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 정권 재창출을 성공시킨 장본인인데요.
스스로 걸어온 길을 통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당시 민주당에게 정치적 사지로 불리는 부산에서 끊임없이 도전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죠.
1995년 부산시장에 도전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 지역구 의원으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본래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구를 버리고 부산에 도전하며 지역주의 없애기를 강조한 터라 낙선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기점으로 대선주자로 힘을 얻게 됐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국민과 함께 하는 국민참여의 국가를 내걸었던 그의 목소리는 실제로 노무현 후보 스스로가 걸어왔던 길과 정확히 일치하며 폭발적 지지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 그렇습니다. 이 점 때문에 여야에서 다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앞으로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내 공감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여권과 야권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보면요.
우선 이 지사는 기본시리즈를 내놓으며 독자적 정책 브랜드를 구축한 점이 돋보입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이 지사와 달리 경제정책에 관한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년 넘도록 오직 검사로 지낸 사람이라 경제정책과 관련해 능력을 검증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게다가 아직 정치권 입문을 공식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은 베일에 싸인 인물로 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아직 대선후보들이 공식화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 역량을 염두에 두고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곽: 민주당에서 일찌감치
이재명 지사로 대선후보가 굳혀지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유력한 다른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나가는 것이 어쩌면 경선흥행을 위해서는 더 바람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총리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도 대선 도전에 불을 붙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성: 이런 여러 후보들이 앞으로 약진하면서 결국 민주당 경선에서 흥행을 이끌어야 할텐데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잡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동영 후보처럼 신념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과 멀어지면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뿐 정권 재창출에는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곽: 지금까지 재보선 뒤
문재인 정부의 남은 1년을 놓고 과거 노무현 참여정부를 통해 배울 대목들을 짚어보았습니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대선후보들이 윤곽을 점점 분명하게 만들어 가고 당내 경선까지 이르게 되겠지요.
앞으로도 채널Who에서는 다음 대선까지 중요한 이슈들을 따라가면서 분석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