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균열이 시작되는 것인가?
30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조응천 의원이 쇄신파 구성을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목을 놓고 하루 종일 논란이 이어졌다.
조 의원은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강성 친문 지지층이 당론에 너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바람에 다른 권리당원 70만 명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며 “소위 말하는 비주류 혹은 쇄신파가 생겨야 내년 대선에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명까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사람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모임을 결성하면 단체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곧장 반발이 나왔다.
전재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조 의원은 문자폭탄, 강성 지지자들에 관해 싸움하듯이 작심 비판했다. 마치 전쟁하듯이 이렇게 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면서 조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목희 전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조 의원에게 “신속하게 만들어서 함께 떠나기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한결 바로 서고 당력이 훨씬 강화될 테니까”라고 적었다. 사실상 탈당을 요구한 것이다.
당원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조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아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제발 탈당하라’ 등 비난 댓글이 달렸다.
일단 논쟁은 문자폭탄의 적절성 여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조 의원 등은 ‘문자폭탄’으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의견이 마치 당의 여론인 것처럼 포장돼 당의 쇄신이 가로막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출마를 밝힌 박용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를 통해 “당이든 어느 조직에서든 일부가 좌지우지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문자폭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주민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수많은 주관과의 대화"라며 "생각이 다른 분들하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설득이 필요하면 설득하는 것이기에 '문자폭탄'이라는 의사표현과도 마주쳐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항의성 문자나 전화가 정말 많았으며 지난해 아이가 굉장히 아파 응급실을 찾아야 할 때 하루에 몇만 통씩 문자가 들어오는 바람에 전화를 쓸 수 없어 굉장히 애를 태운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자폭탄 문제는 4·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본격화했다. 민주당 2030세대 초선 의원 5명이 9일 ‘조국 사태’를 반성하는 성명을 냈다가 일부 당원이 보낸 항의성 문자폭탄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조국 사태 반성부터 쇄신의 첫단추를 꿰야 한다고 했지만 당원들의 항의로 토론 자체가 막혔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은 이처럼 문자폭탄 문제를 계기로 쇄신파 구성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내부 균열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동안 계파 분열과 대립이 크지 않았다. 일부 언론은 '친문 대 반문'의 대립이 실제한다고 했지만 당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다. 부동산정책과 검찰개혁 등을 두고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과거 민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 분열의 아픔을 겪은 터라 이해찬 전 당대표 시절부터 당내 분열을 극도로 경계해 온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실 문자폭탄도 ‘한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측면이 있다.
조 의원의 쇄신파 구성은 과연 성공할까?
먼저 쇄신의 내용이 어느 만큼이나 국민 여론을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민생, 권력기관 개혁 등에 있어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향후 대선국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 급격하게 원심력이 작용하면서 세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당시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당 밖으로 쏠려갔다.
이 밖에 조 의원이 금태섭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당론과 다른 입장을 보이다 제 21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10월 탈당했다. 결국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붉은색 점퍼를 입었다.
조 의원도 금 전 의원과 같이 검사 출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