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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은행 철수설은 왜 끊임없이 나올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30 19: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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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은행 철수설은 왜 끊임없이 나올까  
▲ 아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뉴시스>

아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한국 철수설을 부인했다. 이미 계획된 점포 통폐합 외에 추가적 구조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적악화와 과도한 규제로 국내사업을 계속 축소하고 있어 철수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칸왈 은행장은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제기된 한국 철수설을 일축했다. 칸왈 은행장은 “한국이 SC그룹 동북아시아 총괄본부로 격상돼 앞으로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며 “한국은 그룹 내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지속적으로 투자가 이어질 시장”이라고 밝혔다. 


칸왈 은행장은 “올해 이미 예정된 50개 지점 통폐합 외에 인력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C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43개인 지점 가운데 50개를 올해 안에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총 100여 개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했다.


그는 SC금융지주사와 합병도 계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씨티은행이 지주사와 합병한 것을 계기로 금융권 일부에서 나온 SC은행의 합병설을 해명한 것이다. 다만 칸왈 행장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 매각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왈 행장은 점포 통폐합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디지털 뱅킹 투자를 확대해 소매금융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했다. 칸왈 행장은 “현재 400만 명인 고객 수를 60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자산관리서비스(PB)에 주력해 2016년까지 이 부문 수익을 2배 이상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취약하다고 지적받았던 기업금융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칸왈 행장은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SC그룹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특히 지난 4월 신설한 커머셜기업금융 총괄본부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왈 행장이 한국SC은행의 높아진 위상을 강조하며 철수설을 부인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C그룹이 지속적으로 국내사업을 축소하면서 철수설이 불거진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SC은행 철수설은 영국계 금융사인 스탠다드차타드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제기됐다. SC은행 경영진은 철수설이 나올 때마다 단호히 일축했다.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은 2012년 국정감사에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국 철수설은 명확하게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SC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리처드 메딩스도 2011년 “한국은 SC그룹이 역사상 가장 큰 투자를 한 나라이고 성장 잠재력도 큰 곳”이라며 “당장 투자를 늘려야 할 판에 철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철수설은 SC은행이 자초한 것이다. SC은행은 그동안 은행 자산을 팔고 사업을 축소하는 등 한국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왔다.


SC은행은 2007년 37개 지점을 폐쇄해 막대한 부동산 수익을 올렸다. 2009년 940억 원 규모의 비씨카드 지분을 팔았다. SC은행은 2010년 지주사에 1천억 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해 ‘제 2의 론스타’가 아니냐는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8월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SC은행이 한국사업을 축소하는 까닭은 실적이 나쁘기 때문이다. SC은행은 올해 1분기 285억7천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기간 955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SC은행이 이번에 적자전환한 것은 특별퇴직으로 약 340억 원의 비용이 반영된 데다 전반적으로 금융업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SC은행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2010년 3438억 원이 넘던 순이익은 지난해 1169억 원에 그쳤다. 지속적으로 자산을 팔아 덩치를 크게 줄이고 비용 관리에 들어갔지만 수익성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리처드 힐 행장이 임기를 2년 정도 남기고도 지난 1월 칸왈 행장으로 교체된 것도 실적부진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SC은행이 부진한 이유로 현지화 실패를 꼽는다. 국내은행들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율을 거의 반반씩 맞추는 데 비해 SC은행은 가계대출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SC은행의 가계대출 비율은 70%에 이른다.


SC은행은 기업대출에 비해 수익성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가계대출에 집중한다. 실제로 국내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기업부도 등으로 휘청거릴 때 SC은행은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이 급감하게 됐다. 최근 연 4%라는 은행권 최저금리를 내세워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지만 이미 국내 은행들이 기업대출 시장을 장악한지 오래됐기에 대출자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SC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총자산 기준으로 지난해 2.7%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의 개입도 SC은행의 철수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국계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0%가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9월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개입으로 고전하고 있다”며 “일부 금융사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에 기대를 거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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