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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꼴찌, 부끄러운 한국의 회계투명성

최용혁 기자 yongayonga@businesspost.co.kr 2014-05-30 14: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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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꼴찌, 부끄러운 한국의 회계투명성  
▲ 한국공인회계사회는 4월 17일~18일 이틀 동안 서울 사학연금회관 대강당에서 수습 공인회계사들을 위한 ‘기본실무과정 집합연수 및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은 국제사회에서 최저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한국의 회계감사 적합성을 148개국 중 91위로 순위를 매겼고,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60개국 가운데 58위로 꼽았다.

기업의 분식회계는 여전히 빈번하게 벌어진다. 최근에만 해도 STX그룹이 2조 원이 넘는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고 하는데 회계분야는 왜 아직도 후진국에 머물러 있을까?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부실회계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140억 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상장폐지된 포휴먼 투자자들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회계보고서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삼일회계법인은 164억 원의 적자가 414억 원의 이익으로 장부가 꾸며졌지만 ‘적정’하다는 의견을 낸 책임을 져야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또 대우건설의 회계처리기준 위반혐의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함께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안진은 쌍용차 회계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STX그룹과 동양그룹 등 최근 무너진 그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식회계 혐의 때문에 담당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실 문턱을 오가고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분식회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조처한 건수는 280건에 이른다. 연평균 56건의 분식회계가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2건 중 1건은 회계사의 과실이라고 지목했다. 그러나 한 회계사는 “회사에서 마음먹고 속이려 하면 회계사는 절대 알 수 없다”며 “포휴먼 같은 경우도 회계사를 철저히 속이려 했기 때문에 회계사가 알 수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세계 꼴찌, 부끄러운 한국의 회계투명성  
▲ 한국 회계투명성 관련 WEF 국제순위
최근 회계사 290명을 대상으로 부실감사 이유 조사에서 가장 많은 회계사들이 이렇게 답했다. “회사가 회계감사를 불필요하게 여긴 탓이다.”


회계감사를 받아야하는 회사에서 회계사에게 제대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는 많다. 부실한 감사환경에서 부실한 감사보고서가 나오고 결국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회사에서 회계사를 감사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귀찮은 존재로 보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감사하기 위해 현장에 가면 감사에 필요한 자료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감사를 빨리 끝내달라고 요구하는 탓에 감사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분식회계로 판명된 포휴먼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회계사는 “그들이 제공한 감사자료만 놓고 보면 상당히 잘 된 감사보고서였다”며 “회사에서 회계사에게 해외매출액이 발생하는 것처럼 속이는 바람에 회계사가 당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이 낮은 이유로 재벌형 회사가 많다는 점을 든다. 회사의 오너와 최고경영자가 한 사람이다 보니 재무나 회계활동에서 부정을 일으키더라도 견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미국회계사는 “미국과 영국에서 오너가 CEO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회계감사를 활용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대기업 대부분이 오너경영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곧 회사의 권력이 한 곳에 모여있다 보니 불법행위를 견제할 힘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회사 안에 감사위원회가 있어도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만다. 한 회계법인의 대표는 “외국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면서 외부 감사인을 선정하기 때문에 회계감사가 CEO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된다”며 “그러나 우리는 감사위원회가 오너의 통제를 받고 있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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