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03-30 16: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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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사태를 계기로 삼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적극 뛰어들었다.
투기·부패방지5법 가운데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부동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만 규율해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30일 권익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지 못하면 이 법안의 상반기 제정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공무원 전체를 규율하는 법으로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뿐만 아니라 공직자와 가족 관련 수의계약, 입시비리, 자녀 특혜채용비리 등 모든 유형의 공직자 이해충돌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제3기 신도시투기 의혹을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안이 2013년 최초 발의 이후 8년 만에 입법될 것이라 기대됐지만 3월24일 국회 본회의에는 끝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투기·부패방지 5법 가운데 공공주택 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 이른바 '토지주택공사3법'만 의결했다.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공직자에게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은 토지주택공사 임직원과 10년 이내 퇴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하면 이익을 모두 몰수·추징하고 징역이나 벌금형을 내리는 내용을 담았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모두 재산 등록을 하도록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5개 법안 가운데 남아 있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 부동산거래법안 등도 입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이 끝나기 전에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처리하자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제정법’이기 때문에 충분한 심사가 필요하다며 즉각 처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정법은 입법기관에서 처음 제정하는 법으로 법안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만큼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4월7일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 각 당은 당대표 등 지도부 선거가 있고 이후 정국은 곧장 대선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4월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제정법의 특성과 정국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결국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취득한 정보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해충돌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근절할 수 있는 법"이라며 제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현희 권익위 위원장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회 반부패정책협의회 브리핑을 통해 “이해충돌방지 반부패·공정성 강화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늦어도 4월 안에 법안 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제정됐다면 한국토지공사(LH) 사태와 같은 일을 사전에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삼석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16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19대 국회부터 이번 제21대 국회까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며 “이 법을 통해 이해충돌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구체적 행위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주택토지공사 직원들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스스로 가족이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면 부동산 거래사실을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해당 직무도 회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이해충돌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면 토지주택공사 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권익위는 2013년 국회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제출한 이래 세 차례 걸쳐 동일 법안을 발의했다.
2013년 제19대 국회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발의했지만 이해충돌방지를 제외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만 제정돼 시행됐다.
2020년 1월 제20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0년 6월 제21대 국회에 공직자가 직무수행과정에서 당면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지켜야할 8가지 구체적 행위기준을 담은 법률안을 제출했다.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가 법률안을 놓고 다소 부족하다는 청원을 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법안 속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보완해 2020년 11월 입법안을 발의했다.
이정문 의원의 발의안을 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징역형 등 형사처벌과 함께 경제적 이득에 대한 징벌적 벌금을 부과한다. 차관급 공무원 이상으로 돼 있는 기존 규정도 ‘차관급 이상의 보수를 받는 공무원’으로 확대했다.
권익위는 3월17일부터 이해충돌방지법안 제정에 대한 '국민생각함' 의견수렴을 진행해 중간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일반국민 1700명 가운데 84.8%에 해당하는 1428명이 공직자의 부정한 사익추구를 막기 위해 법안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충돌방지법안 통과와 별개로 권익위는 ‘반부패 총괄기관’으로서 부패 예방기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권익위는 24일 공공기관의 이해충돌방지제도 정착 노력과 고위공직자 반부패 의지에 관련한 평가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21년도 부패방지시책평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부패방지시책평가 기본계획에는 LH 사태를 계기로 삼아 반부패 제도를 보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반부패 의지를 평가하는 대상 기관은 지난해보다 늘어나 모두 274개에 이른다.
공공기관의 이해충돌방지제도 교육 실시, 공공재정환수제도 전담조직 구성, 각급 교육훈련기관에 청렴교육 과정 개설, 부패현황 발생 시 대응 노력 등 부패방지시책평가 지표도 새롭게 추가됐다.
4월부터 6월말까지 공직자 직무 관련 부동산투기행위 집중신고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부패방지시책평가는 올해 연말 평가를 통해 내년 1월 결과가 발표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며 “이번 기회에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며 “이해충돌방지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반드시 제도화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