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초기 임신상태를 중단시킬 수 있는 약물(임신중절제)의 국내시장 출시에 도전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이미 사후 피임약의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사전 피임약의 품목허가를 받아 피임약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등 산부인과 관련 약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이 임신을 중단시키는 먹는 약의 품목허가를 받고 출시하기까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약품이 임신을 중단시킬 수 있는 약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불법적으로 사용된 임신 중단 약물의 합법적 사용 가능성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용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개선입법의 마련 시한을 2020년 12월 말까지 정해뒀는데 대체 입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1년 1월부터 낙태죄는 폐지됐다.

정부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아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대약품은 2일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로부터 경구(먹는)형의 임신 중단 약물인 ‘미프진’의 국내판권에 관해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10일에는 도입약품의 국내 출시 이름을 ‘미프지미소’로 정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약품은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식약처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임신 중단 약물의 품목허가와 관련한 절차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프진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70여 개 국에서 합법적 약물로 승인받아 임신 70일 이내 사용이 권장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에 현대약품은 미프진을 국내에 도입해 판매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를 비롯해 일부 의료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현대약품이 미프진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미프진 복용으로 복통, 메스꺼움, 심하면 과다출혈에 따른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미프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미프진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현대약품은 사후 피임약으로 엘라원과 노레보원을 국내에 도입해 판매하고 있다. 200억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사후 피임약시장에서 엘라원과 노레보원은 2018년 기준 각각 매출 34억 원과 29억 원을 올려 시장 점유율 1, 2위에 올라있다.

또 올해 2월에는 사후 피임약시장 1위 약물인 ‘야즈’의 제네릭(복제약)인 ‘야로즈’에 관해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으며 피임약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제약사가 개발한 야즈의 국내 매출은 2019년 140억 원, 2020년 3분기까지는 150억 원 수준이다.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미프진의 국내 출시를 현대약품 오너 3세인 이상준 대표가 올해 1월 단독대표이사에 오른 뒤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이상준 대표는 2020년 1월 한국페링제약과 산부인과 약물 3종을 공동판매하기로 하면서 “현대약품은 이미 산부인과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며 “제품력과 현대약품의 영업력을 결합한다면 산부인과 영역에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