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고객사 폴크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표준화 선언에 힘입어 중장기적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배터리회사들이 파우치형 중심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 반해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위주로 사업을 펼쳐왔는데 유럽에서 증설에 나서고 있어 폴크스바겐 발주물량을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1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경쟁사들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0년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2019년보다 사용량이 85.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은 171.5%, SK이노베이션은 274.2% 급증했다.
삼성SDI가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인 이유는 유럽시장을 위주로 공략하면서 배터리 증설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삼성SDI는 전기차회사와 합작법인(JV) 설립 계획도 아직까지 내놓고 있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각각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비교해 삼성SDI의 보수적 배터리 설비투자는 아쉬운 부분이다”며 “이제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 투자기조에서 벗어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 시설투자 확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폴크스바겐의 전기차배터리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 삼성SDI의 사업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라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이 지난 15일 열린 파워데이에서 2023년부터 배터리셀 구조를 각형으로 표준화해 2030년에는 전체 전기차의 80%까지 각형 배터리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엔 중국 전기차시장 공략과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 중국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는데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업체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
아울러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전기차배터리 규모는 240GWh로 모두 유럽 현지에 6개 공장을 지어 자체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가운데 현재 2개 공장은 스웨덴 노스볼트와 합작법인을 통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 공장에 관해서 폴크스바겐은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배터리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로 표준화하기로 한 배경엔 기존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규격화된 각형 전지 비중 확대와 배터리공장 내재화를 통한 원가 절감은 파우치형 중심인 한국 배터리 기업에는 부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는 달리 삼성SDI는 일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데 이미 폴크스바겐그룹을 고객사로 두고 일부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아우디 E-트론, 폴크스바겐 E-골프 등이 대표적으로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다.
폴크스바겐이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단일 공급자 체제를 유지하기에는 위험이 존재할 수 있어 기존 공급처인 삼성SDI에 일부 물량을 추가 배정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삼성SDI는 국내와 중국, 헝가리 3곳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헝가리 공장에 1조 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30GWh에서 최대 50GWh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폴크스바겐이 궁극적으로 전고체배터리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각형 배터리라는 점도 염두해 둔 것으로 알려져 이 점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SDI와의 장기적 협력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삼성SDI는 삼성종합기술원과 손잡고 수년 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왔는데 2020년 3월 주행거리 800km에 이르는 고밀도 전고체배터리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2위 회사로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린다. 삼성SDI가 폴크스바겐의 물량을 일부만 받더라도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을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의 기회가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가운데 삼성SDI가 일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