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15일 오후 후보 사무실에서 엘시티 아파트 매매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매매 계약서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한 의혹 제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박 후보의 굳건한 지지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박 후보쪽은 민심에 큰 영향을 끼칠 인화성 높은 이슈가 터져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해명 과정에서 자칫 사실과 거리가 먼 주장을 했다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받을 수 도 있다. 이재명 지사가 한 방송 토론회에서 답변을 잘못해 법적 공방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16일 박 후보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부산 엘시티와 연루됐다는 의혹,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에 관여했다는 정황 등을 두고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한 여당 쪽의 사퇴 요구를 두고 “나는 엘시티 비리나 특혜 분양에 전혀 관계가 없으니 사퇴하라는 것은 정치 공세”라며 “지금까지 나온 내용으로 보면 후보 흠집내기용으로 활용했던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대답했다.
그는 환경단체가 국정원 사찰 문건과 관련해 박 후보를 고발하기로 한 일을 놓고도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도 없고 요청한 적도 없고 불법사찰 내용을 본 적도 없다”며 “일부 언론과 환경단체가 문제 삼는 보고서는 국정원 보고서이지 청와대에 보고된 보고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 후보의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는 검증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의혹을 두고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박 후보에게 사실관계에 근거를 둔 해명을 내놓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민주당은 박 후보 가족이 엘시티 2채를 보유한 것을 두고도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 후보의 아내와 딸이 엘시티 아파트 한 채씩 각자 명의로 보유하고 있음이 확인된 상황이다.
이에 박 후보는 2020년에 매매를 통해 주택을 취득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특혜나 비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박 후보의 선거캠프 소속 인사의 특혜 의혹도 불거져 있다.
민주당은 엘시티 관련 특혜분양 리스트의 명단과 엘시티 등기부 전체를 열람해 대조한 결과 박 후보 선거캠프의 조한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엘시티 아파트 한 가구를 분양받아 15~2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15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시티에 정상적으로 청약해 분양을 받았으며 당시 미분양이 많았던 만큼 특혜 분양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딸의 대학 입시 관련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김승연 전 홍익대 미대 교수는 최근 박 후보의 딸이 홍익대학교 미대 편입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청탁이 오갔으며 입시부정을 주도한 교수들에 관한 검찰 수사에 박 후보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는 "딸이 홍대 미대에 편입시험을 응시한 적이 아예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전 교수는 14일 경기신문 인터뷰에서 “박 후보 딸이 입시를 치를 당시 교수실 상황을 드로잉으로 그릴 수도 있다. 동료 교수는 밝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박 후보 부인과 딸은 청색 옷을 입었다”며 박 후보 측의 해명을 거듭 반박했다.
현재 박 후보 선거캠프는 이런 의혹을 제기한 김 전 교수와 장경태 민주당 의원 등을 부산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박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일하던 시절 국정원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치인과 각계 인사들을 폭넓게 불법사찰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박 후보가 당시 청와대에서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기 때문에 불법사찰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두 건의 사찰 문건에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란 문구가 적혀 있어 박 후보가 직접 개입했다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적혀있다고 해서 박 후보가 그것을 직접 요청한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런 근거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하 의원이 전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파견관이 자료 요청을 받으면 누가 요청을 했는지 명확히 한 뒤 보고서를 생산해 친전 문서로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한다”며 박 후보의 요청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이 밖에 국회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처조카를 국회 사무처 6급 직원으로 채용한 일로도 빈축을 사고 있다.
이처럼 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를 받아 13일 하루 동안 부산에 사는 유권자 1003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41.5%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4.3%를 얻는 데 그쳤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밖의 큰 격차인 셈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 격차가 크지만 박 후보도 민주당 쪽의 파상공세에 적잖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의혹과 관련한 사안들이 모두 가볍지 않은 것들이라 시민들이 해명을 불충분하게 여기면 선거 막판에라도 낭패를 볼 여지가 남아있다.
특히 박 후보의 가족들이 호화 아파트로 알려진 엘시티를 2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대중적 감수성를 고려하면 선거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자칫 부동산 투기로 비춰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가 배우자 명의의 엘시티 1채를 21억1500만 원에 구입했다고 했는데 현재 엘시티는 40억 원을 호가한다"며 "박 후보의 부동산 재테크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딸의 아파트까지 한다면 박 후보는 100억원 대 자산가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