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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시간 60일, LG와 배터리 합의 적극 나서나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1-02-14 14: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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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벌인 배터리 다툼에서 사실상 완패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통한 해결이 다급해졌다.

14일 배터리업계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의 배터리와 부품, 소재에 관한 수입금지 결정으로 수세에 몰린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입장 차이를 좁혀 미국 대통령의 심의기간 안에 합의를 성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시간 60일, LG와 배터리 합의 적극 나서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미국시장에 전기차배터리와 관련 부품, 소재의 수입금지 제재를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이 쥔 선택권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위의 결정은 대통령 심의기간 60일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 만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주려면 ‘공익성’이라는 명분이 핵심인데 국제무역위가 이미 공익을 고려한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이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국제무역위가 앞서 10일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와 부품, 소재의 미국 수입을 10년 동안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포드와 폴크스바겐에게는 각각 4년, 2년 동안 배터리와 부품 수입을 허용하는 단서를 달았다.

완성차기업인 포드는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고 폴크스바겐은 미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대통령 심의기간이 끝난 뒤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도 있지만 항소기간에도 국제무역위가 내린 수입금지 결정과 영업비밀 침해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심의기간 60일 안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미국 배터리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전체 전기차배터리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정유사업 부진 속에 전기차배터리사업에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올해가 전기차배터리사업 후발주자로서 사업을 키우고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매우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배터리와 소재사업은 친환경사업으로 시장에서 성장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해 빠른 시일 안에 글로벌 최고 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기존 석유와 화학, 윤활유사업이 생존문제에 직면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에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위기감을 보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전기차배터리사업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 사업적 피해는 미국지역 매출 감소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이번 국제무역위 제재로 포드와 폴크스바겐 등에 공급계약분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추가 사업기회도 놓친다면 사업상 손실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또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 등 정치권 인사부터 포드, 폴크스바겐의 최고경영자들이 직접 나서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도 SK이노베이션에게 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시선도 있다.

폴크스바겐은 13일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에 “한국의 두 배터리기업인 SK와 LG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차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12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 때문에 조지아주에서 진행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공장 건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이런 정부와 고객 기업의 태도는 표면적으로 합의가 다급한 SK이노베이션에게 긍정적 분위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은 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가 끝내 결렬됐을 때 비난의 화살이 SK이노베이션을 향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합의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배터리 분쟁의 합의금으로 2조5천 억~3조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5천억~6천억 원대를 제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내부 사정이나 외부 상황 모두에서 SK이노베이션이 아쉬운 처지에 놓여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무역위의 결정은 민사재판이어서 두 회사가 60일 안에 합의해서 소송이 취하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이 세계 각 국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2020년에는 영업손실 2조5688억 원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3조 원을 들여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또 2021년 1월28일 이사회에서 헝가리 전기차배터리 공장에 1조2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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