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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반도체 부활시킬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6 1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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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반도체 부활시킬까  
▲ 구본무 LG그룹 회장

LG그룹이 시스템반도체 업체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면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부활시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한 반도체 업체를 방문하는 등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인 코멧네트워크가 보유한 지분 16.52%를 매입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LG디스플레이로부터 실리콘웍스 지분 2.89%를 매입해 총 20%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주당 가격은 2만6600원으로 총 인수금액은 865억 원이다.


LG는 실리콘웍스를 계열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다만 LG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결합 시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따라서 실거래는 공정위 승인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가 인수한 실리콘웍스는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설계하는 국내 최대 회사다. 실리콘웍스는 자체 생산시설 없이 반도체 소자의 설계와 판매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업체에 해당한다.


디스플레이구동칩은 패널에 신호를 전달해 영상을 구현하는 핵심 시스템반도체다. 애플 아이패드에 실리콘웍스 제품이 공급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졌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구동칩뿐 아니라 LED 조명용 반도체와 자동차 센서용 반도체, 터치 관련 반도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은 “평판 디스플레이의 핵심부품 내재화를 통한 사업역량 강화를 위함”이라고 이번 인수목적을 밝혔다. 실리콘웍스의 설계 역량을 직접 보유함에 따라 주력제품의 차별화와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리콘웍스의 기술은 LG의 주력사업과 신사업의 방향과 일치한다”며 “계열사가 아닌 지주사를 통한 인수를 결정한 까닭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이번 인수를 사업 역량강화로 설명하며 반도체사업 진출 등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하지만 업계에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999년 ‘빅딜’ 이후 포기했던 반도체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는 LG의 실리콘웍스 인수를 LG그룹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부품사업을 위한 포석으로 본다. 김양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6일 보고서에서 “실리콘웍스는 자동차 주요 전장부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설계기술과 센서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최근 LG그룹이 LG전자와 LG이노텍, LG화학 등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소재 및 부품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행보도 증권가의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의 한 반도체업체를 방문해 ‘전력관리 반도체(PMIC)’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전력관리반도체는 모바일기기뿐 아니라 전기차의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리기 위한 핵심부품이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내년 세계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이 2천억 달러(약 204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보다 높은 70%나 돼 LG가 매력을 느끼기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룹 간판인 LG전자가 이미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오딘’ 개발에 나서는 등 팹리스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종합 반도체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 서울 양재동에 ‘시스템IC연구소’를 세워 시스템반도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오딘의 개발도 이곳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 자동차 등 새로운 전자 및 IT기술 산업이 등장하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구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사업에 애정을 갖고 그룹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에서 하드웨어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구 부회장의 주도로 반도체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업체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이고 퀄컴에 대한 부품의존도를 줄여 가격협상력을 높이려면 자체적으로 반도체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LG가 실리콘웍스를 인수함에 따라 일부에서 LG가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면 설계-생산-판매에 이르는 일관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또 원가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G는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리콘웍스 역시 지난달 동부하이텍 인수설이 제기됐을 때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는LG가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려면 지주회사법상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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