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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말 실수에 꼬여가는 서울시장 도전, 정치생명도 '빨간불'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2-03 14: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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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거듭된 실수 탓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려워 보여 당내 경선조차 패배함으로써 자칫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오세훈 말 실수에 꼬여가는 서울시장 도전, 정치생명도 '빨간불'
▲ 오세훈 전 서울시장.

3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오 전 시장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짐에도 뚜렷한 반등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하면서 지지율을 까먹은 것이라 회복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전날 북한 원자력발전소 지원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파일 이름에 ‘v’자가 들어가는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됐다는 추측을 내놓았다가 스스로 말을 거둬들이며 유감을 표명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v’자가 대통령을 언급할 때 쓰는 ‘VIP’의 약자로 볼 수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일반적 상황에서 ‘v’가 버전(version)을 뜻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여론의 따가운 시선만 받았다.

강한 메시지로 서울시민의 눈길을 잡으려 했지만 결국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이목을 끌며 역효과만 낸 셈이다.

그의 '무리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7일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처음 공개적으로 밝히는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자신의 출마 조건으로 삼는 ‘조건부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당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 전 시장의 조건부 출마 선언을 두고 “출마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지 무슨 조건이 있냐”며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족’ 발언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오 전 시장은 1월28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지난 총선 때 서울 광진구갑 선거구에서 고 의원에게 패배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양꼬치 거리에 조선족에서 귀화한 사람 몇 만 명이 산다”며 “이 사람들 90%가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귀화주민과 특정민족을 비하하고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판세가 유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수가 반복된 것이라 더 뼈아프다.

3일 공개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를 보면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영선 전 장관이 야권 후보를 모두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여론조사는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1월30일부터 2월1일까지 만18세 이상 유권자 800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야권이 안철수 대표로 단일화해 양자구도가 되면 안 대표 39.7%, 박 전 장관 33.5%로 안 대표가 우세하다. 하지만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은 양자구도에서도 박 전 장관을 앞서지 못한다.

그나마 나 전 의원(31.0%)은 박 전 장관(35.0%)과 양자구도에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안에서 뒤쫓고 있다. 오 전 시장(27.1%)은 양자구도에서 박 전 장관(35.8%)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이 되려면 세 사람을 잇달아 이겨야 한다. 이를테면 당내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을, 보수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를, 본선에서 박 전 장관알 차례로 이겨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의 지지율 흐름으로는 어느 단계 하나 수월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오 전 시장이 첫 단계에서 탈락한다면 정치생명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그는 대선주자로 자임하면서도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정치 체급이 낮은 나 전 의원에 패배한다면 대선주자 반열에서 아예 이름이 빠질지도 모른다.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서 떨어진 사실까지 다시 부각될 것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전 시장은 나 전 의원과 박빙의 지지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은 당내 지지기반도 상대적으로 탄탄하다.

사실 오 전 시장에게 이번 선거가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서 중도 사퇴한 뒤 10년 동안 정치권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6년 20대 총선(서울 종로구), 2020년 21대 총선(서울 광진을)에서 연거푸 낙선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절박한 사정 탓에 마음이 조급해져 실수가 잦아졌다고 보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다 '조건부 출마'가 나왔고, 앞뒤 검토 없이 비판하다 'v'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에게 대선 주자급 무게감이 사라지고 있다. 여당의 반응도 '무게를 실은 비판'이 아니라 '핀잔'이 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오 전 시장을 두고 “수십년 전 낡은 색깔론 레퍼토리로 뭐가 되겠는가”며 “색깔론도 좀 그럴듯하고 세련되면 안 되나”고 적었다. 

앞서 오 전 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북한의 핵 위협이 그대로인데도 우리가 알아서 ‘주적’ 개념을 뺐다”며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전이 문재인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적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 전 시장의 'v' 실수를 두고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에게 좀 물어보든가, 그래도 알려주는 분이 없으면 찾아서 좀 배워야 한다. 음모론에도 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놀림감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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