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서 국내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현금배당 제한을 권고했지만 신한금융지주가 권고 기준치를 넘는 배당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신한금융지주 주가부양을 중요한 과제로 안게 된 만큼 추가 주주환원정책 강화방안을 지속적으로 이사회와 논의해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일 "신한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2020년 배당성향 20%를 넘기며 주주환원정책에 차별화를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금융지주사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현금배당을 순이익의 20% 이내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겼다.

신한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지난해 실시한 2019년 배당 규모는 모두 2019년 순이익의 26~27% 수준이었는데 올해 실시할 2020년 배당규모는 금융당국 권고에 맞춰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금융위는 경기 장기침체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도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치를 상회하는 금융지주사가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고려하며 자율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코로나19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 권고치를 넘는 수준의 배당을 자율적으로 실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금감원 권고치를 상회하는 규모로 배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크게 저평가된 상황인 데다 지난해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로 1주당 가치가 낮아져 주가부양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3일 시초가 기준으로 지난해 최저치와 비교해 약 47.8% 올라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주가는 약 64%,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92% 상승한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다.

신한금융지주가 경기 장기침체 시나리오를 고려해도 이를 방어할 만한 충분한 자본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높은 비율로 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 권고치는 IMF 사태 수준의 경제 충격을 가정한 보수적 수치"라며 "이미 코로나19에 대응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도록 자본을 확충해 대비했다"고 말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금융당국 권고를 따르는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높은 22% 안팎 수준에서 2020년 배당성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이 라임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지주까지 제재 대상으로 검토중인 만큼 조 회장이 금융당국 권고에서 벗어나는 규모로 현금배당을 실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신한금융이 지난해 사모펀드 주주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을 대거 확충했고 이 유상증자 때문에 주가도 크게 하락한 만큼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할 명분을 갖췄다는 시각도 있다.

조 회장이 이번 현금배당에 이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와 추가 주주환원정책을 활발하게 논의해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한금융지주 주주에 오른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3월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에 새로 포함되는 만큼 적극적 주가 부양정책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이나 분기배당 도입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 배당률 20% 미만 권고를 6월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추가로 분기배당 또는 반기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부터 분기배당 도입을 검토해 온 만큼 올해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정관변경 등 절차를 거쳐 분기배당 또는 반기배당을 도입하고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까지 신한금융지주가 15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주가부양정책을 실시했던 만큼 올해도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이거나 소각하는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1월에 신한금융지주 주식 약 5천만 원어치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이 주가부양과 책임경영 의지를 담아 자사주를 매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