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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 조성진 조준호, LG전자 각자대표제 성공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12-23 1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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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현 조성진 조준호, LG전자 각자대표제 성공할까  
▲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

LG전자가 사업본부별 각자대표체제를 앞세워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LG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의 오너대표체제를 5년 만에 마감하고 삼성전자처럼 사업부별 각자대표체제를 도입했다.

각자대표체제는 기업이 위기상황일 때 빛을 낼 수 있다. 책임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LG전자의 각자대표가 된 조성진 사장과 조준호 사장은 한결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자대표제를 하는 이유

LG전자의 조성진 H&A사업본부장과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두 사람은 기존에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과 함께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LG전자는 각자대표제 도입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성장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비슷한 경영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각각 DS부문, CE부문, IM부문 수장을 맡아 각자대표에 올라있다.

삼성전자는 2013년 권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에서 권 부회장과 윤 사장, 신 사장의 3인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과거에도 복수대표체제를 채택한 적은 있었으나 사업부문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해 변화를 줬다.

삼성전자도 사업부별 각자대표제를 도입할 때 책임경영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IM부문이 매출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사업부문별 매출규모가 10대 기업 수준으로 커졌다.

그런데도 한 사람의 대표이사가 끌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사업부별 대표를 내세워 권한과 위상을 강화하려고 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도는 효과를 나타냈다. 각자대표제 도입 첫 해인 2013년 삼성전자는 매출 229조 원, 영업이익 37조 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각자대표제를 안정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 조성진 조준호, 책임감 더 커져

LG전자가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한 것은 조성진 사장과 조준호 사장에게 더욱 엄중한 책임감을 주문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사장은 올해 MC사업부를 처음 맡았는데 MC사업부는 3분기 영업손실 776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야심작이었던 G4의 판매도 부진했다.

스마트폰사업을 맡은 첫 해이다 보니 실적부진의 책임을 모두 조준호 사장에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년 대표이사까지 맡게 돼 실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적자전환 이후 MC사업부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V10을 내놓는 등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에 대표이사 선임으로 조 사장만의 색깔이 MC사업부에 짙게 입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조성진 사장은 상황이 다르다.

LG전자의 실적부진 속에서 생활가전사업을 맡은 H&A사업부는 홀로 눈에 띄는 실적을 냈다. LG전자가 3분기 거둔 영업이익 2940억 가운데 H&A사업부가 2456억 원을 차지했다.

조성진 사장의 프리미엄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성진 사장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고 시장확대와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표이사를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부별 각자대표제가 도입되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각자대표제는 각자가 대표이사로서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권이 보장된다.

각자대표제는 기업환경이 위기상황일 때 더욱 빛을 낸다. 사업부별 각자대표제의 경우 각자 전문성을 살려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에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기업규모가 커질 때 집중되는 권한과 책임을 분산할 수 있어 그만큼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다양한 사업부문을 거느린 거대조직을 한 사람이 끌고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독립적으로 실적을 내면서 사업부문별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기대대로라면 정도현 사장이 재무관리자로서 머리를 맡고 조성진 사장과 조준호 사장은 LG전자의 양 날개가 돼 LG전자를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 구도라고 할 수 있다.

  정도현 조성진 조준호, LG전자 각자대표제 성공할까  
▲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 각자대표제는 사업 균형추가 중요

각자대표제를 일종의 과도기적 체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각자대표제를 시도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단독대표로 돌아가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LG그룹은 LG화학에서 가장 먼저 각자대표제를 도입했다. LG화학은 2012년 주총에서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박영기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 등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사업부별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독립적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뒤 각자대표제는 LG상사와 LG전자 등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LG화학은 올해 각자대표제에서 단독대표제로 돌아갔다. 박영기 본부장과 권영수 본부장은 임기가 끝나고 재선임되지 않았다.

LG화학은 단독대표로 돌아간 이유를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참석 등 대표이사로서 부담을 줄이고 해외거래선 확보 등 사업확대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LG화학에서 지난해 석유화학 등 기초소재부문의 매출 비중이 75.6%, 영업이익 비중이 85.2%를 차지하는 등 절대적 위상을 보인 대목도 단독대표제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IT업계에도 각자대표제가 도입됐다가 사그라든 적이 있다.

NHN(현재 네이버)은 2004년 11월 김범수 사장과 함께 최휘영 네이버부문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김 사장이 해외사업을 맡고 최 부문장이 국내사업을 맡는 방식이었다. NHN은 전문경영과 책임경영을 위한 사업영역별 각자대표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네오위즈도 2006년 3월 NHN과 비슷하게 각자대표제와 전환했다. 나성균 사장과 박진환 사장이 각자대표로서 해외사업과 국내사업을 나눠 맡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2006년 4월 이재웅-석종훈 각자대표제로 전환하며 뒤를 따랐다.

하지만 이 기업에서 각자대표체제는 오래 가지 않았다. NHN이 단독대표로 가장 먼저 복귀했다. 김범수 사장이 2007년 1월 미국법인 대표로 이동하면서 NHN은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했다. 곧 이어 네오위즈와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줄줄이 단독대표체제로 돌아갔다.

각자대표제의 경우 대등한 권한과 책임을 지니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거나 사업역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 각자대표 체제가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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