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 주가는 비은행계열사 성장과 금융 플랫폼기업 도약에 달려
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업권의 마진은 좋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2019년 1분기 1.71%에서 계속 하락추세를 보이며 현재 1.4%대 수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보통 순이자마진 0.1%포인트 떨어지면 은행 세전이익은 10%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에는 순이자마진이 2020년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국의 신용대출 조이기 등으로 대출 확대폭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중심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저금리 기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은행금융 성장이 앞으로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종규 회장은 비은행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비은행계열사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는데 2020년 들어 성과를 보면서 앞으로 비은행계열사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3분기 푸르덴셜생명의 누적 순이익을 반영하면 KB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3%까지 높아진다. 중장기 목표를 이룬 셈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1년에는 비은행수익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비은행 강화가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의 목표였다면 기업전략면에서는 금융 플랫폼 도약이라는 목표가 수익성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2021년을 '금융 플랫폼 원년'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이 그리는 금융플랫폼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빅테크기업에 대항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빅테크 위협에 맞서 KB 자체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지키기'가 핵심인 것이다.
윤 회장은 금융 플랫폼,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강조해왔으며 당국도 최근 은행이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나선 만큼 여러사업에 걸쳐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 '똑똑한 아우'가 KB금융 이끈다. KB금융 비은행계열사 핵심은 증권 손해보험 카드
KB금융은 2020년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1666억 원을 거두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1% 늘어났다.
가장 큰 비중 차지하는 은행에서 실적이 뒷걸음쳤음에도 이처럼 성과낼 수 있었던 것은 비은행계열사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그룹 내부적으로 KB 증권과 손해보험, 카드를 '똑똑한 아우'로 일컫는다고 알려졌다.
2020년에는 특히 증권의 약진이 돋보였다. KB증권은 2020년 3분기 순이익 2097억 원을 거두며 2019년 3분기보다 무려 275.8% 급증한 수익을 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박정림,
김성현 사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박 사장은 1월 금융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여있는데도 연임하며 윤 회장의 깊은 신뢰를 다시 확인했다. KB증권에서 박 사장은 자산관리부문, 김 사장은 기업금융부문 맡고 있다.
박 사장이 맡은 자산관리부문은 2020년 3분기까지 수탁수수료 약 244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사장은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와 손잡고 인공지능 자산관리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단순 협업이 아니라 10월6일 약 300억 원을 들여 합작법인을 출범해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준비중인 만큼 장기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박 사장과 함께 KB증권을 이끌고 있는 김 사장은 투자금융부문 전문가다. 현재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에서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여기에 2021년 최대 기업공개 대어로 꼽히는 카카오뱅크 상장주관까지 맡아 기업공개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양종희 사장이 이끌던 KB손해보험은 이번에 지주 CFO 출신인 김기환 사장이 이끌게 됐다. KB손해보험은 지속적 실적 감소세 보이고 있지만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성장에 초점 둔 '내실경영' 추구하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9월 말 KB손해보험의 내재가치(EV)는 약 7조9370억 원으로 내실경영에 힘입어 전년보다 20.1% 증가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재가치는 보험사가 보유한 순자산가치와 보유계약가치를 더한 값으로 보험사의 장기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KB손해보험은 다른 보험사들이 잘 공개하지 않는 내재가치(EV)를 공개하며 점도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KB손해보험이 보험업황 악화 등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계속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B카드는 업계 2위 삼성카드와 점유율 격차를 줄여가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순이익은 아직까지 삼성카드에 못 미치지만 2020년 1분기 점유율이 17.71%로 삼성카드(17.67%)를 앞서면서 처음으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뒤에 다시 따라잡히긴 했지만 KB국민카드가 삼성카드를 점유율에서 앞선 것은 2011년 KB국민은행으로부터 분사한 뒤 처음이다.
KB카드는 2020년 상반기 순이익에서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순이익을 냈다. 상반기 기준 KB국민카드는 주력 계열사 4곳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밖에 KB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과 종합결제사업 'KB페이'를 2021년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은행 제외한 KB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1차 예비허가를 받았다.
특히 라이벌 삼성카드가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제재로 1차 예비허가 심사 보류 대상에 오르면서 KB국민카드가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KB국민카드는 앞서 KB금융그룹의 통합멤버십 플랫폼 ‘리브 메이트’를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선한 ‘리브 메이트3.0’을 8월 선보였는데 마이데이터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개인화된 자산관리서비스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아직은 모호한 '금융 플랫폼', 확장성과 초개인화에 초점
윤 회장은 2020년 9월 재연임이 확정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기의 핵심 경영목표로 금융 플랫폼기업을 꼽으며 “KB를 1등 금융 플랫폼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1년이 금융 플랫폼 도약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의 발언과 현재 KB계열사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바탕으로 KB금융이 꿈꾸는 금융 플랫폼의 방향성을 그려볼 수는 있다.
윤 회장은 금융 플랫폼 도약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전통 금융회사의 장점을 살린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비금융 빅테크와 비교해 금융 전반의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에 비춰봤을때 결국 플랫폼을 내세운 빅테크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빅테크와 비교해 디지털 경쟁력을 갖추는 한편 금융회사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통해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하자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윤 회장은 최근 회의 석상에서도 빅테크기업 진출과 관련해 "쫄지마"라는 표현을 쓰며 해볼만하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 계열사가 최근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을 포함해 모두 13개인데 종합금융회사의 장점을 이용해 고객에게 더욱 정교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윤 회장은 금융플랫폼을 설명하면서 스타벅스의 비대면 주문시스템인 '사이렌오더'를 예시로 들기도 했다. 컵 종류나 사이즈, 물, 시럽, 얼음 등의 조절을 통해 아메리카노의 종류를 2만 가지 이상으로 개인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높이 펑가했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앞서 KB금융그룹은 8월 자산관리 플랫폼 '리브메이트 3.0'을 통해 자산관리와 소비분석, 고객별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마이데이터서비스 등과 결합해 더욱 정교한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금융 플랫폼 도약을 위해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확장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KB카드가 10월 내놓은 종합결제서비스 KB페이를 들 수 있다. KB페이는 KB국민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카드사들이 내놨던 결제앱과 차별점을 지닌다. 윤 회장은 이런 확장성을 바탕으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경쟁한다는 구상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KB페이는 아직까지 초기단계지만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비교해 KB금융그룹의 고객기반과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KB페이를 통해 송금이나 환전, 멤버십 등 KB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앞으로 보험과 증권 관련 서비스도 KB페이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때 향후 KB페이가 고객에게 KB금융그룹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이 작년부터 추진해오던 알뜰폰사업 '리브엠'도 KB금융의 서비스 세상에 고객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해석된다.
◆ KB금융 기초체력은 튼튼, 오랜 숙원 주가 움직일까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 임기동안 KB금융 이끌어오며 ESG, 글로벌 전략, 인수합병 등 굵직한 현안들 대체로 만족스러운 점수 받으며 KB금융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주가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최근 KB금융 주가는 4만 원대 중반 수준인데 이는 2008년 10월 KB금융지주가 처음 상장했을 당시 시초가 4만8천 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역대 최저가 수준인 2만원 대 후반 찍은 뒤 반등하고 있지만 2018년 1월 고점 6만9천 원과 비교하면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윤 회장은 주주이익 극대화 위해 은행주 가운데 처음으로 소각을 진행하고 배당 확대를 위한 노력도 이어왔다.
여기에 4년 연속 3조원 대 순이익을 달성하고 있고 각종 펀드 사고도 피하는 등 '모범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윤 회장 입장에서는 낮은 주가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윤 회장은 과거 주총에서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질타와 성토에 여러 차례 사과하기도 했다. 당시 “정말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냐”며 한껏 몸을 낮췄다.
다만 KB금융이 ESG경영을 중시하는 글로벌 투자기관들로부터 호평받는 등 기초체력 인정받고 있고 이번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완성한 만큼 장기적 상승여력 충분하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KB금융은 증권사 리포트에서 항상 최선호주로 꼽혀왔다.
2020년 6월에는 세계적 투자회사인 칼라일그룹이 2400억 원 규모의 KB금융지주 교환사채를 인수했다. 칼라일이 한국 금융회사에 투자한 건 한미은행 이후 20여 년 만의 일로 그만큼 KB금융지주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회사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며 “기업가치는 결국 기초체력을 반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성과 가시화되고 있고 디지털 전환 속도 본격화하는 만큼 3기에서는 오랜 숙원인 주가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윤종규 마지막 임기, 리더십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윤 회장은 2020년 말 연임을 확정지으며 2014년부터 9년 동안 KB금융지주를 이끌어가게 됐다. 연임이 확정되기 전부터 윤 회장은 '대항마가 없다'는 말을 들으며 사실상 재연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위기일수록 강한 리더가 필요한 법인데 윤 회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과 주주들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재 실물경제 상황은 유래없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크다. 대표적 경기민감주인 금융주에게는 좋지 않은 여건이다.
그동안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던 은행은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침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윤 회장이 그동안 지배구조 투명화, 지속가능성 제고 등 계열사 전반에 걸쳐 기초체력을 튼튼히 쌓아왔고 균형잡힌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킨 만큼 마지막 임기에서 그 수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금융회사가 결국 플랫폼기업에 종속돼 금융상품을 공급하는 B2B 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윤 회장의 말처럼 금융회사만의 장점을 살려 그들과 대항해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윤 회장은 고졸 행원으로 시작해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며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기도 한다.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이지만 일을 꼼꼼히 챙기고 빈틈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윤 회장은 앞으로 어떤 회장으로 남고 싶느냐는 질문에 ‘존경받는 회장으로 남고싶다’고 대답한 바 있다.
경영자로서 윤 회장은 6년간 KB금융을 이끌면서 단기 성과는 물론 장기적 체질개선에도 모두 성공적 면모를 보이며 '존경받는 회장'이라는 스스로의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다.
다만 임기 3기 코로나19와 빅테크 경쟁자라는 커다란 위기를 만나 어떻게 대처하느냐 따라 그 평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