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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은 애플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5-22 20: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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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은 애플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팀 쿡 애플 CEO

애플의 투자자들은 2012년 2월 처음으로 애플 CEO를 만나 회사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팀 쿡이 만든 자리였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투자자들과 거의 만나지 않았다.


큰 변화였다. 팀 쿡이 이끄는 애플은 더 개방적으로, 더 기업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주주에게 배당을 실시했고, 직원들의 기부에 대한 급부를 줬다. 친환경 사업과 노동조건 개선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충실하다.


이러한 변화를 놓고 “팀 쿡은 마치 오랫동안 전임자가 완고하게 거부했던 여러 가지 고칠 점 목록을 하나하나 실행하고 있는 듯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잡스의 애플과 팀 쿡의 애플은 어떻게 다를까?

◆ 잡스 '모험의 아이폰' VS 팀 쿡 '실리의 아이폰'

전문가들은 스티브 잡스가 말 그대로 ‘혁신가’였다면 팀 쿡은 ‘관리자’라고 말한다. 팀 쿡은 잡스 시절부터 회사의 공급망 관리 업무를 맡으며 애플의 살림을 책임졌다. 잡스 사망 이후 흔들리던 회사를 안정시키고 많은 우려 속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팀 쿡이 CEO가 된 뒤 56% 상승했다. 애플의 시가총액 규모는 약 5천억 달러 수준으로 세계 1위 자리를 몇 년째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팀 쿡의 애플은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로이터통신은 "애플이 이제는 팀 쿡의 손에 의해 IT의 맹수가 아닌 너그러운 부자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팀 쿡의 애플은 시장의 조언을 따르며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더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내놓는다. 신흥시장 진출을 위해 가격도 낮춘다. 신규사업에 무조건 뛰어들어 개척하기 전 좀 더 효율적으로 다른 기업과 인수합병도 추진한다.

이를 ‘팀 쿡의 효율성’이라 부른다. ‘효율성’이라는 말은 잡스가 이끌던 애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말이었다. 경영 효율성은 애플의 놀라운 성공신화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요인이다.


팀 쿡은 잡스의 화려함 뒤에서 묵묵히 성공을 뒷받침했다. 그런 점에서 효율적이었다. 팀 쿡이 CEO가 된 뒤 그 효율성이 애플의 전면에 등장했다. 실제 잡스가 인수합병을 직접 챙기고 결정하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애플은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부서에서 많은 것을 결정한다. 회사 내부에 MBA 출신도 이전보다 늘었다.


2011년 말까지 14년 간 애플에서 일한 전 엔지니어링부 부사장 맥스 페일리는 “애플이 한계를 초월해보자는 엔지니어문화에서 보수적인 경영엔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들은 제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1년에 단 한 번, 단 하나의 신제품을 공개하던 원칙을 버리고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프리미엄제품인 ‘아이폰5S’와 보급형 저가 제품인 ‘아이폰5C’를 동시에 출시했다. 낮아진 가격과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진 색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혁신’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왔다. 다양해진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정체성 표현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호평도 나왔다. 이전과 달리 애플이 시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많았다.


  팀 쿡은 애플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보급형 저가 제품 아이폰5C
반면 USA는 '잡스의 영혼이 애플을 빠져나갔다(Job′s ghost exit Apple)'라는 칼럼을 실었다. 더 이상 신제품에서 잡스의 제품개발 스타일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매번 새로운 기능으로 시장을 놀라게 했던 잡스 때와 달리 팀 쿡이 내놓은 아이폰은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애플 팬들로부터 잡스와 혹독한 비교도 당했다. 잡스가 가장 먼저 제품을 만들어 출시와 동시에 점유율 100%로 시작한다면 팀 쿡의 제품은 다른 제품을 따라잡기 위해 저가정책을 쓰는 제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애플이 시장선도자에서 시장추종자로 전락했다는 언론의 냉혹한 평가도 이어졌다.


IT 전문매체들은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팀 쿡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5C의 성패가 쿡의 임기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판매량은 전작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팀 쿡은 지난 1월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폰5C의 수요가 적었다”며 아이폰5C의 실패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애플의 총체적 변화를 두고 애플이 ‘위대한 기업’에서 단순히 ‘좋은 기업’으로 평범하게 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 잡스 '17년 무배당' VS 팀 쿡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애플은 10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2년 전 애플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배당을 실시했다. 팀 쿡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50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투자자들에게 풀었다.


잡스는 1995년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팀 쿡은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깼다. 애플은 막대한 현금자산을 투자자들과 나눠 가져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받아왔다. 투자자들은 “애플은 현금을 깔고 앉아만 있다”고 비난했다.

잡스는 현금을 애플의 전략적 합병과 성장을 위해 써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현금부족에 시달려 굴욕을 겪었던 경험 때문이다.


잡스가 1995년 애플의 경영권을 되찾았을 당시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대략 5억 달러에 불과했다. 잡스는 경쟁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억5천만 달러를 투자받는 굴욕을 겪었다. 이후 잡스는 현금보유에 집착했다. 2001년 911 테러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도 잡스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 사업을 늘리는 데 현금을 사용했다.


반면 팀 쿡은 투자와 배당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17년 만에 잡스의 유산을 깨 버렸다.


잡스 사망 이후 애플이 보인 첫 번째 변화였다. 팀 쿡이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처음 드러냈다는 평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팀 쿡의 행보를 두고 ’잡스와 단절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팀 쿡은 이듬해 금고를 더욱 활짝 열었다. 실적을 발표하며 주주환원프로그램 강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순이익이 10년 만에 처음 감소하고 감소폭이 무려 18%에 이르렀지만 되레 애플 주가는 올랐다.


당시 아이폰 판매가 감소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던 애플의 CEO 교체설도 쏙 들어갔다. 이 때문에 팀 쿡은 ‘돈으로 보전한 자리’라는 일부의 조롱을 듣기도 했다.


팀 쿡의 주주친화적 정책은 계속됐다. 애플은 지난달에도 자사주 매입 규모를 300억 달러 늘리고 배당금도 높였다.


일부에서 무배당정책을 고수하던 스티브 잡스의 카리스마가 없어지면서 시장의 불만에 애플이 결국 굴복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팀 쿡은 애플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 팀 쿡이 지난해 6월 열린 애플세계개발자회의에 참석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뉴시스>

◆ 잡스 '인색한 기부' VS 팀 쿡 '사회적 책임'


팀 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품 외에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던 잡스와 대조적이다.

팀 쿡은 2012년 중국 내 아이폰 조립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인상하는 등 노동조건을 대폭 개선했다.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미국과 중국의 비난을 수용한 것이다.


그는 “모든 근로자들이 안전한 근로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며 “애플보다 더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노력하는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팀 쿡은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애플이 자사의 엄격한 행동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공급업체와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팀 쿡은 지난해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사과를 건네기도 했다. 중국 CCTV가 소비자의 날을 맞아 외국 수준에 못 미치는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비난했다. 인민일보도 애플이 오만한 자세로 일관한다며 애플 때리기에 가세했다.


여론이 악화되고 중국정부까지 나서 소비자권리 침해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팀 쿡은 직접 중국에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팀 쿡 명의로 게재한 '중국 소비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우리의 소통부족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이 오만하다거나 소비자들의 불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오해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불량제품 교환정책 등을 바꿨다.


이 사과 때문에 미국이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스티브 잡스라면 절대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잡스 시절에는 애플이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고, 쿡은 아시아의 납품망을 구축하면서 까다로운 극동의 관료들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팀 쿡은 친환경도 잊지 않는다. 애플은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움직인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0이다. 애플은 데이터센터 말고도 모든 사무실과 판매점을 친환경적으로 꾸미고 있다.


팀 쿡은 애플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애플의 친환경 경영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지속가능 경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공개하고 수익성이 보장되는 범위에서만 친환경 경영을 추진하라”는 주주의 요구에 대해 “애플의 지속가능(sustainable) 경영이 싫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라”고 쏘아붙였다.


팀 쿡은 조용하고 신사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이런 대응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가 친환경사업을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기부도 이어졌다. 잡스는 생전 기부에 인식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잡스 개인은 물론 애플 차원에서도 기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지난해 애플은 ‘에이즈의 날’을 맞아 미국과 런던 대형 매장에 빨간색 사과 로고를 걸었다. 팀 쿡은 트위터를 통해 “세계 에이즈의 날에 우리 로고를 빨갛게 바꿨다”며 “함께 에이즈 없는 세대를 만들자”고 말했다.


애플은 국제 질병 퇴치 단체 ‘레드 프로덕트(Red Product)’ 회원사로 지난해 9월까지 6천500만 달러를 기부해왔다. 태풍 하이옌 피해자 지원을 위해 국제 적십자사를 후원하는 등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과 구호물품을 주요 자선단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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