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국에서 운행중인 버스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 회장이 사업장 내 안전을 넘어 사회적 안전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몽구, 중대형버스 11만대 안전점검 실시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 정비협력업체 등에서 중대형버스 특별 무상 안전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안전점검은 전국에서 운행 중인 11만 대 가량의 중대형버스를 대상으로 한다. 국내 중대형버스 등록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모두 13만5천대 가량으로 이 중 80%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특별 안전점검은 현대차 사상 최대 규모”라며 “최근 사회 전 분야에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25인승 이상 중대형버스 수송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실시한다”고 말했다.


중대형버스의 경우 장거리 운행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자칫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에서 운행 중인 대부분의 버스가 현대차의 안전점검을 받게 되면 버스 사고 발생 확률을 낮추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몽구 회장은 중대형버스 안전점검을 통해 사회적 안전을 챙기는 한편 계열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을 강조하며 안전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불시 방문해 사업장 안전관리체계를 집중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안전은 소중한 생명의 문제”라며 “행복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의 기본이자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해사고가 재발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문책 하겠다”고 말해 안전사고에 따른 문책성 인사도 예고했다.


정 회장이 당진제철소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에 나선 것은 ‘죽음의 사업장’으로 불렸던 당진제철소를 ‘안전 사업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당진제철소는 2012년 9월 이후 10여 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13명의 사망자를 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안전 관련 투자 예산을 기존의 4배 수준인 5천억 원으로 늘리고 안전관리인력 충원 규모도 50명에서 100명으로 2배 늘렸다. 지난달 말 인력 충원이 완료되면서 현대제철 안전인력 규모는 모두 200명으로 늘었다. 또 현대제철은 현재 외부 안전 전문가 300명으로 구성된 상설 현장 안전 점검반을 꾸려 안전점검을 시행중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서도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로 눈총을 받았던 기업들의 안전경영 행보가 눈에 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 삼성엔지니어링 폭발사고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삼성의 사업장은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은 안전환경 부문에 3조 원을 투자하고 300여 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계열사 CEO 평가 시 안전경영을 평가 항목으로 두는 조치까지 마련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화재 상황을 가장한 비상대피훈련을 전 임직원 대상으로 실시하면서 다시 한 번 안전경영에 고삐를 당겼다.


현대중공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물의를 빚었다. 지난달 21일 현대중공업 선박건조장 내 LPG선박에 불이 나면서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같은달 28일 회사 근로자 1명이 작업 도중 바다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사고가 이어지자 회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1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안전경영 쇄신에 나섰다. 회사는 최근 전사적 차원에서 개선대책회의를 열어 3천억 원의 예산투입을 결정했다. 또 안전환경 조직개편, 안전전담요원 충원 등을 통해 안전경영을 위한 체질개선에 돌입했다.


이밖에도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LG그룹, SK그룹 등도 안전 관련 예산확충, 전문인력 충원, 사업장 현장점검, 사고대책 시스템 강화, 인사고과 반영 등으로 안전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안전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이 이번엔 유행처럼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은 물론 신입사원까지 대형 안전사고로 회사가 단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