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수정 추기경이 21일 파주 경의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염수정 추기경이 북한을 방문했다.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입주기업에서 근무하는 천주교인들을 만났다. 북측 인사와 별도의 만남은 없었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염 추기경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남측 입주 노동자를 격려하고 부속병원 등 공단시설을 둘러봤다. 염 추기경은 시간이 없어 미사는 집전하지 못했다. 염 추기경은 방북을 마치고 돌아와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시간이었다”며 “서울에서 개성까지 60km의 짧은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 느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남과 북이 함께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며 “선의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며 진실로 노력한다면 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방북소감을 말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비공개를 조건으로 염 추기경의 방문을 허용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도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염 추기경의 이번 방문 허용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가 막힌 상황에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신호를 남측에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 관계는 좋지 못하다. 남한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고 북한은 김정은을 정점으로 권력구도를 재편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반발하며 박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는 등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민간대북지원단체에서 보낸 인도적 지원물품도 모두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추기경의 방북은 비정치적 활동으로 제한돼 당장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남북 경색국면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처음으로 추기경이 방북했다는 점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염 추기경의 방북은 의미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염 추기경의 방문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조율하기 위한 사전답사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통일부와 천주교는 “이번 방북은 교황과 관계가 없다”며 교황의 방북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염 추기경 방북이 교황 방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기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의 방북에 대해 여야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대출 새누리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염 추기경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추기경의 방북은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1월 우리나라에서 세번째로 추기경에 임명됐다. 염 추기경은 2012년부터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은 이래로 개성공단 방문을 지속 희망해 왔다. 2월 추기경으로 서임된 이후에도 “현재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 담당지역인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진보적 행보를 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라 염 추기경 임명 당시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며 “성직자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적 행위”라고 말한데 반해 염 추기경은 지난해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에 대해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해 종교인의 정치적 활동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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