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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와 결별 현대차와 기아차, 대중차 변신 방법 고심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12-07 11: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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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차와 결별 현대차와 기아차, 대중차 변신 방법 고심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2년 5월2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아차 K9 신차발표회'에서 손경식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가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대중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앞으로 제네시스와 판매간섭을 피하면서도 플래그십 세단으로 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대중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어떻게 변신할지 주목된다.

◆ 내수에서 아슬란, 수출에서 그랜저가 플래그십 세단 역할

현대차는 그동안 현대차를 대표하던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잃게 되면서 대외 이미지 하락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에 남은 차종 가운데 가장 상위 모델은 아슬란이다. 자동차회사의 플래그십 세단은 회사의 자존심이자 회사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했던 역할을 아슬란이 맡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차 세단은 에쿠스를 필두로 제네시스-아슬란-그랜저-쏘나타 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

아슬란은 지난해 10월 내수 전용으로 출시한 현대차의 고급세단이다. 디젤엔진, 후륜구동 위주의 독일 고급차와 정반대로 가솔린엔진과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수입차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아슬란은 올해 1~11월 누적 판매량 8천여 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수요층이 모호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그랜저와 제네시스 수요층을 모두 공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느 쪽으로부터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현대차는 사양을 확대하고 가격을 낮춘 2016년형 아슬란을 7일부터 판매하며 판매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부진했던 판매량이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이 아슬란이라면 현대차가 수출하는 차종 가운데 가장 높은 차급은 그랜저다.

그러나 그랜저는 미국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랜저는 지난 10월 미국시장에서 240여 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동안 내수에서 에쿠스가 현대차의 고급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북미에서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왔다.

현대차가 미국에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당분간 대안이 없다. 내수에서 실패한 아슬란이 미국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하루 빨리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할 수 있는 차종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출범을 10년 동안 준비했는데 대중 브랜드 현대차를 이끌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존재감을 대체할 수 있는 차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급차와 결별 현대차와 기아차, 대중차 변신 방법 고심  
▲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10월 '아슬란'을 선보이고 있다.

◆ 판매량 부진 K9 내세운 기아차도 고민


기아차도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는 판매량에서 고전하고 있다.

고급브랜드 제네시스가 나오면서 K9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통틀어 최상위 차종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위상에 비해 판매량이 매우 부진하다.

K9은 올해 들어 11월까지 5600여 대 팔리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에쿠스,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이 기간에 에쿠스는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도 4400여 대 판매됐고 제네시스는 3만 대 넘게 팔렸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K9 퀀텀에 기아차 최초로 국산차 최대 배기량인 5.0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K9이 부진한 이유로 제네시스와 차별화 실패가 꼽히자 에쿠스와 같은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기아차는 동시에 가장 하위모델인 3.3 프레스티지의 가격을 5천만 원 밑으로 낮추는 등 가격정책에도 변화를 줬다.

기아차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부진했던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9이 부진한 이유는 최고급 세단시장에서 수입차들이 워낙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에쿠스나 제네시스와 대결에서도 밀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급 세단에서 현대차가 기아차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라인업 확대에도 한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으로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라인업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고급차를 내놓을 때 제네시스와 판매간섭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랜저는 내년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되는데 위치가 애매해졌다.

그랜저가 현대차의 주력모델인 만큼 성능과 편의사양 등을 높여야 하지만 아슬란이 여전히 그랜저 윗급으로 존재해 성능과 가격 등에서 차별화도 이뤄야 한다.

현대차가 이미 아슬란 G300(3.0) 모던의 가격을 기존 모델에 비해 103만 원 내린 3721만 원에, G330(3.3) 모던의 경우 245만 원 내린 3868만 원으로 책정하면서 그랜저와 가격역전이 벌어졌다.

2015년형 그랜저의 가격대는 2933만~3758만 원이다.

그랜저는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나오는 비슷한 차급의 차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런 고민은 현대차만의 고민은 아니다.

토요타는 플래그십 세단 아발론의 새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렉서스와 판매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밝혔다. 닛산의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 역시 출시될 때마다 인피니티와 판매간섭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토요타나 닛산이 렉서스와 인피니티를 만들 때 아예 다른 판매망 등을 활용하며 기존 브랜드와 거리를 둔 것과 달리 현대차는 당분간 판매망과 정비망 등을 제네시스와 공유한다. 이 때문에 판매간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 양립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윈-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가 고급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현대차도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고급차와 결별 현대차와 기아차, 대중차 변신 방법 고심  
▲ 현대차가 2011년 1월 5세대 그랜저를 출시했다.

◆ 대중 이미지에 걸맞게 변신하나


현대차가 앞으로 떠안게 될 ‘대중차’라는 이미지도 현대차에 불안감을 안긴다. 자동차가 여전히 과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인 만큼 대중적이라는 이미지는 판매에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의 ‘페이튼’이 좋은 예다.

폴크스바겐은 11월 페이튼을 미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판매량이 700대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이튼은 유럽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2002년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경쟁하기 위해 1세대 페이튼을 출시했다.

페이튼은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폴크스바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폴크스바겐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선보인 야심작이다.
 
페이튼에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이 총동원됐다. 배기량 6000cc에 12기통 엔진이 탑재됐고 판매가격은 최고 12만 달러를 웃돌았다.

그러나 페이튼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천 대 판매되는 데 그쳐 2013보다 판매량이 30%나 급감했다.

페이튼이 실패한 이유로 폴크스바겐의 대중적 이미지가 꼽힌다.

폴크스바겐 이름 자체가 ‘국민차’를 의미한다. 폴크스바겐은 1만 달러 수준의 폴로에서부터 비틀, 골프 등의 소형차와 3만 달러 수준의 중형 파사트에 이르기까지 실용적 모델을 주로 판매한다.

현대차도 폴크스바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저렴한 가격과 합리적 사양 등을 제대로 갖춰 젊은층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앞으로 합리적이고 실용적 차종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 차값이 내려갈 가능성도 커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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