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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금강산사업 기약없어, 남북협력기금 1천억 갚을 길도 없어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2020-11-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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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남북협력 관광사업을 위해 2001년 대출받은 1천억 원 가량의 빚을 내년에 갚아야 하지만 채무상환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사업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금강산사업 재개도 기약하기 어려워 결국 정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공사 금강산사업 기약없어, 남북협력기금 1천억 갚을 길도 없어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15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관광공사가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대출받아 내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약 1천억 원의 빚을 갚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통일부에 납부유예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는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2001년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900억 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현재까지 12년 동안 금강산사업이 중단되면서 이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관광공사는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빌린 900억 원에 더해 108억 원의 이자까지 약 1천억 원을 갚아야 하는데 그동안 통일부에 6차례의 납부유예 요청을 통해 2021년까지 원금납부 상한기한을 미뤄왔다. 

하지만 여러 차례 상환을 미뤄오면서도 별다른 상환방안은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빚을 갚기 위한 대책 마련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0월1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만약 상환기한을 더 미룬다고 하더라도 한국관광공사가 1080억에 이르는 부도 수준의 금액을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로서는 이러한 비판이 억울할 수 있다. 2015년 자체사업의 핵심이었던 면세점사업을 정부 방침에 따라 접은 뒤 수입이 급감해 자체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명박 정부시절 '공기업 선진화정책'에 따라 공항과 항만 등에서 운영하던 면세점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이후 정부로부터 해마다 2500억 원 가량의 예산을 받아 관광산업 활성화, 해외관광객 유치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제주도 중문골프장과 내장산리조트, 제주 중문 관광단지 운영 등 자체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2019년 기준 237억 원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관광공사가 2001년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했을 때에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면세점사업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상당했다. 

공식적으로 면세점사업을 진행한 마지막 해인 2015년 면세점, 골프 등 자체사업을 통해 매출 1218억 원을 거뒀다. 

이는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 2265억 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하지만 2015년을 끝으로 면세점사업을 접으면서 2016년 한국관광공사가 자체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은 260억 원으로 2015년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체적 수입이 크게 줄어들면서 2018년에는 준시장형 공기업에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변경지정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정부 예산에 기대게 된 만큼 남북협력기금에 갚아야 할 빚을 갚을 방안 마련에도 정부 지원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국관광공사뿐 아니라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북협력사업은 남북관계 변화라는 대외적 변수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실이 올해 국정감사를 대비해 통일부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돈을 빌린 337개 기업이 갚아야 할 빚은 3040억 원에 이른다. 돈을 빌린 기업 가운데 이미 44개는 폐업해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남북거래기업들은 북한의 사업시설 상태조차 확인할 수 없는 등 경영상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이 재개되기 전에는 원금과 이자를 갚기 어렵다"며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통일부에 상환계획 조정을 요청하고 있으며 고민해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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