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은행연합회장 후보를 고사하면서 다음 은행연합회장은 민간 금융회사 출신 인물이 선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에서 정부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물이 금융협회장에 오르는 일을 두고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늦어도 다음 주 안에 이사회에서 은행연합회장후보군을 확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임기가 11월 말 만료되는 만큼 다음 협회장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국내 은행 11곳의 은행장으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11일 후보군 선정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잠재적 후보로 꼽히는 인물과 관련해 논의했다.
은행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장들 사이에서
최종구 전 위원장을 다음 은행연합회장으로 추천하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이
김태영 회장에게 협회장 자리를 고사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가 다음 은행연합회장에 오를 지 예측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최 전 위원장은 2019년 9월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장 자리를 맡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관료출신 인사가 금융협회장에 오르는 사례를 두고 역량을 검증받지 않은 '낙하산인사' 또는 정부가 금융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관치금융'이라는 논란이 벌어진 점도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관료출신 인사와 관련한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국금융노조는 10월에 보도자료를 내고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물이 다음 은행연합회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데 반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고 사회와 도덕적 기준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료출신 인물이 금융기관 수장이나 협회장에 오르는 일은 금융시장 개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금융협회 6곳 가운데 절반이 관료출신 협회장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낙하산인사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재무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장 단독후보에 오른 일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연히 관료출신 인사가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는 데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은행연합회장 추천과 선임권한을 지닌 주요 은행장들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민간 금융사출신 인사를 다음 은행연합회장후보군에 포함시키려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최 전 위원장과 함께 후보로 거론되던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물도 후보에 오르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거론되는 민간 금융사출신 인물은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과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과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이다.
▲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왼쪽)과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 |
모두 은행장을 맡았던 경력이 있고 금융권에서 충분히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오르는 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박 전 행장을 제외한 인물들은 현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은행장들이 금융당국과 관계를 고려해 관료출신 협회장 선임에 계속 힘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에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강화, 리스크 관리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데 관료출신 인사가 협회장에 오르면 더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장직을 고사한 데는 관료출신이라는 부담 이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다른 관료출신 인사가 후보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