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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제네시스를 '현대차의 렉서스'로 키워낼 수 있을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11-04 21: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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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제네시스를 '현대차의 렉서스'로 키워낼 수 있을까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행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제네시스를 토요타의 렉서스로 만들 수 있을까?

정 부회장은 4일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를 발표하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방향성은 인간 중심의 진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술과 디자인 측면에서 뛰어난 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사람을 향한 혁신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경험을 핵심 속성으로 제시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로 모두 6종의 신차를 선보이기로 했다. 중형 세단부터 플래그십 세단, 중형과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등 다양한 차종을 출시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우선 오는 12월 플래그십 세단을 선보이고 내년 2세대 제네시스의 후속모델을 선보인다. 현대차는 그 뒤 5년 동안 4종의 신모델을 추가로 개발하기로 했다.

◆ 기존 현대차 브랜드와 무엇이 다를까

정 부회장은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너지를 위해 차별화를 강조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차이름도 현대차와 완전 다른 방식으로 정해진다.

제네시스의 영문 앞글자인 G와 차급을 의미하는 숫자를 조합하는 방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단순한 차명 체계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오는 12월 국내에서 공개되는 플래그십 세단의 이름은 G90으로 정해졌다. 기존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이름이 G80으로 바뀌며 제네시스보다 한 단계 낮은 차급의 중형세단은 G70으로 정해졌다.

다만 G90은 국내에서만 에쿠스의 영문 앞글자를 따 EQ900으로 불리게 된다.

현대차가 브랜드명으로 제네시스를 선택한 것은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지속해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글로벌 고급차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제네시스는 디자인에서도 기존 현대차가 생산한 차량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우선 제네시스 브랜드만을 위한 디자인 팀을 새로 꾸렸다.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도 내년부터 합류한다.

현대차는 이날 비전G 콘셉트카와 흰 천으로 가려진 플래그십 세단 EQ900도 공개했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은 “앞으로 모든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은 후륜구동 방식이 기본으로 될 것”이라며 “차량의 전반적 인상이 달라질 수 있도록 긴 후드 디자인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제네시스를 '현대차의 렉서스'로 키워낼 수 있을까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이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품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네시스, 글로벌 현대차 인프라 활용 후 완전독립 추진


현대차는 궁극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완전독립을 목표로 세운 만큼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철저하게 제네시스만의 브랜드 전략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랜드 출시 초기 현대차의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기로 했다. 판매망과 정비망 등 현대차가 그동안 쌓아놓은 기본 인프라를 공유하고 앞으로 단계적으로 분리를 추진해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동시에 출시하는 만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당분간 현대차 인프라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과거 일부 고급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초기부터 완전히 독립된 판매망을 이용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브랜드들은 북미시장 위주로 출시된 것이어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 양날개 전략 통할까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양립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를 발표하며 여러 차례 차별화를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출시로 현대 브랜드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했다.

고급차에 우선 적용된 기술이 대중차 브랜드에 적용되면서 고급차에 선행기술이 들어가면 양산에 따른 단가하락으로 대중차에도 해당기술이 장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자동차 회사들도 초창기 에어백을 일부 고급차에만 장착했다. 사전충돌방지시스템은 렉서스 일부모델에 2003년 적용된 뒤 2008년 토요타 차에 장착됐다.

고급차 브랜드는 대중차 브랜드가 확보하기 어려운 고급차 이미지도 강화한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차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의 경우 대중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이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다.

고객들은 대중 브랜드인 폴크스바겐을 경쟁 브랜드인 푸조, 시트로엥, 르노, 포드보다 고급스럽다고 인식하고 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 역시 제네시스와 현대의 두 브랜드 모두에 적용된다.

  정의선, 제네시스를 '현대차의 렉서스'로 키워낼 수 있을까  
▲ 정몽구 회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2013년 11월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신형 제네시스’ 출시 행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현대차, 제네시스로 선발주자 따라잡을 수 있나


고급차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선발주자를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차가 폴크스바겐이나 토요타 등 고급차시장의 선두주자들과 겨루려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자동차업계의 한 전문가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알리려면 충성고객을 늘려야 한다”며 “브랜드를 알리기까지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문가는 “고급브랜드 출시는 다른 자동차회사들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현대차는 꾸준히 고급차를 출시하고 성능을 개선해 왔다”며 “가장 까다로운 미국에서 제네시스가 성공적으로 팔린 만큼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도 급선무다.

업계의 다른 전문가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일각에서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고급차시장에서 승부하려면 품질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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