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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이재용의 색깔’을 입히고 있다.
이재용 시대 삼성전자의 변화 키워드는 대략 4가지로 요약된다. 주주친화(FRIENDLY), 실용주의(PRAGMATISM), 기업간거래(B2B), 세계화(GLOBAL) 등이다.
이런 키워드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삼성전자가 변화를 모색하면서 이재용 체제의 색깔이 삼성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침을 내놓았다. 주주친화정책의 대전환이다.
삼성전자는 기업간거래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반도체사업이 이미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어섰고 소비자가전 등에서도 B2B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 CEO들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력재조정 작업 등을 통해 조직의 군살을 빼고 있다. 실용주의를 앞세워 선택과 집중을 해가고 있다.
◆ 삼성전자 주주친화정책 대전환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0억 달러다. 삼성전자는 11조3천억여 원에 이르는 자사주를 매입해 이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으로 보인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주주친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나서는 신호탄을 쏜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에 비해 주주친화정책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외국인주주들은 삼성전자의 배당성향 등 주주정책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 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소각하기로 한 것은 강력한 주가 부양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주주들의 불만을 상당부분 씻어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 배당금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년 동안 주주환원 계획도 내놓았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의 30~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3년 동안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을 진행할 것이며 재원이 남을 경우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일관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사업성장뿐 아니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내놓은 주주친화 정책은 이재용 부회장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지속적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는 “그동안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에 비해 주주친화정책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수급측면뿐 아니라 주주친화정책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이재용 부회장의 완전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포석 측면도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통합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이미지 훼손을 만회하고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 등 강력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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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 실용주의, 군살빼기와 체질개선에 박차
삼성전자는 최근 희망퇴직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해당자와 개별면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인력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도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업 지원부서 인력 가운데 10~15%를 현장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발 인력 구조조정은 다른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에서도 이미 7~8년차 부장, 차과장급 등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이 끝나는 대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도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특히 3천억 원대의 손실을 낸 건설부문의 중간간부급 직원들이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인력 군살빼기는 올해 연말 정기임원 인사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이 추구하는 내실 위주의 실용주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 변화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SDI 등을 놓고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 등 남은 화학계열사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 글로벌과 B2B, 이재용시대의 사업방향
이재용 부회장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두드러진 변화는 글로벌과 B2B 전략의 강화다.
미국경제지 포천은 지난 7월 삼성의 새 리더로서 이 부회장을 집중 조명한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유학 경력을 들어 “삼성의 글로벌화를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글로벌 기업의 CEO를 만나 협력논의을 확대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조 케저 지멘스 회장과 회동해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토마스 바흐 IOC 회장과 만찬회동했으며 중국 궈수칭 산둥성장과 만나 투자를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이런 경영행보는 삼성그룹의 글로벌사업에 도움이 될만한 유력인사들과 스킨십을 확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때도 글로벌 인사들과 만나 협력을 확대하는 일을 도맡아 왔다”고 말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삼성그룹의 사업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글로벌에서 인수합병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물인터넷(IoT) 기술기업 스마트싱스를 사들인 데 이어 올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루프페이 인수는 최근 삼성페이가 모바일결제시장에서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신의 한수’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그동안 삼성전자 내부에서 성장동력을 찾았다면 이제 글로벌 인수합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B2B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시장은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반면 기업간 거래(B2B)시장은 거래처를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안정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 한석제 전 IBM 시스템X 총괄 부사장을 북미 스마트폰영업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 총괄부사장은 IBM에서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버사업을 이끌어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프린터온’, 브라질 최대 프린팅솔루션업체 ‘심프레스’, 상업용 디스플레이업체 ‘예스코’ 등을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한 기업은 11개인데 이들 대부분이 B2B에 관련된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도 스마트폰사업에서 반도체사업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B2C사업에 주력했던 소비자가전부문도 이재용 부회장체제 들어 주방가전의 빌트인 공략 확대나 시스템 에어컨 시장 진출 계획을 내놓으며 B2B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사업을 통해 B2B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쌓았다”며 “B2B사업에서 어떤 글로벌기업보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