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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4조로 살릴 수 있나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10-27 19: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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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4조로 살릴 수 있나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 오른쪽).

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을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4조3천억 원의 자금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올해 대우조선해양 누적적자와 맞먹는 수준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번 자금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면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우조선해양은 정상적으로 영업 및 생산활동을 하고 있고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현 상황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구안으로는 대규모 자금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 4조3천억 자금 지원

27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오전 채권단이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동의서를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 3분기에 1조2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동의서를 받는 대로 곧장 지원방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이사진 8명 가운데 5명이 사외이사라서 이사회를 곧바로 소집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나서 4조3천억 원의 자금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조~2조 원의 유상증자와 2조~3조 원의 신규대출 후 출자전환을 하는 방안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른다. 또 신규수주를 위해 선수급지급보증(RG) 규모를 최대 5조 원까지 늘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출자전환만으로는 유동성을 늘릴 수 없고 신규대출은 부채비율을 높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대출은 한번에 투입하기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여신한도를 정해두고 필요한 만큼 꺼내 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채권단은 대규모 영업손실로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이 2000%까지 치솟을 경우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자금지원을 통해 부채비율을 500%대로 떨어뜨리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2분기 말 기준으로 776%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난 뒤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과정에서 보수적으로 잠재적 부실을 모두 반영한 만큼 앞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드릴십 등 시추설비 11척을 인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추설비 1척 인도 때 받는 대금은 척당 약 5천억 원 수준인데 계획대로 모든 설비를 인도할 경우 5조5천억 원의 현금이 유입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현금성자산 증가, 미청구공사 감소, 순차입금 감소 등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기택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4조로 살릴 수 있나  
▲ 홍기택 KDB산업은행 회장.

◆ 자금지원으로 누적적자 해소

채권단이 지원하기로 한 자금규모는 대우조선해양 올해 누적적자와 맞먹는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4조3003억 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4조3천억 원을 지원할 경우 정확히 대우조선해양 적자를 메울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발생했거나 현시점에서 인지 가능한 잠재부실 전부를 자금지원으로 만회해 주겠다는 것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발생한 일시적 위기를 넘어서면 대우조선해양이 자력으로 회생이 가능하다고 바라본다.

대우조선해양이 11개월째 전 세계 조선소 수주잔량 1위를 이어오고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쇄빙 LNG선 발주 물량 싹쓸이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경쟁력을 갖춘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적 역량도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홍기택 회장은 9월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상당한 기술경쟁력이 있어 유동성이 공급되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늦어지면 추가적 부실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물량이 충분해 일시적 위기를 버티면 충분히 회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까지 모든 부실을 털어내고 기대대로 4분기 실적반등을 이뤄낸다면 이번 자금지원은 충분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2·3분기의 대규모 손실은 없었던 셈 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 신용공여 30조, 폭탄으로 돌아올까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부실기업에 경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정부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조선업황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닌 개별 기업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금융권에서 대출금과 선수금지급보증을 합해 23조2천억 원의 신용공여액을 떠안고 있다. 여기에 4조3천억 원 추가 지원에 선수금지급보증까지 늘어나면 신용공여액은 30조 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번 자금지원에도 대우조선해양이 회생에 실패할 경우 금융권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만 더욱 가중되는 셈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런 점을 들어 가장 강하게 자금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으로 산업은행이 부담만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은행 노조는 26일 성명을 발표해 홍기택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원칙대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가더라도 원칙대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산업은행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이 2년 전 STX조선해양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에 의한 구조조정이 효율적이었으나 정부 입김에 따라 4조5천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자율협약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2년이 넘은 지금도 STX조선은 자본잠식상태이고 채권단은 추가지원을 할지 법정관리를 검토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은 STX조선처럼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임시방편인 긴급 자금지원이 아닌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기택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4조로 살릴 수 있나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

◆ 추가 손실 더 이상 없나


대우조선해양이 일반 상선부문에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충분한 건조경험과 기술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가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가스선 분야를 선도하는 등 고부가가치선박 수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정성립 사장이 해양플랜트에서 추가 부실을 막을 수 있느냐 여부다.

대우조선해양은 잦은 설계변경과 공기지연으로 해양플랜트 원가율이 상승하며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저유가로 발주처의 자금난이 발생하며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는 일도 생긴다.

이번 자금지원은 현 시점의 손실까지만 막는 것인데 대우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에서 또 손실을 입는다면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부은 셈이 된다.

앞으로 추가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 모든 잠재부실을 털고 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도 3분기 또 조 단위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3분기에 1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도 7천억 원 수준의 드릴십 계약이 해지된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 내로 드릴십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저유가가 이어지고 있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역량을 끌어올린다 해도 발주처의 사정으로 해양플랜트 인도가 지연되거나 계약이 취소되면 또다시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실적이 해양플랜트 업황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는 셈이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양 시추 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조 중이거나 건조 예정인 설비의 인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추설비 1기가 인도 지연되면 4200억 원의 현금 유입이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7일 미국 시추사와 맺은 드릴십 2척 건조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계약종료일을 2016년 10월30일에서 2017년 10월30일로 연장하며 추가비용은 선주사가 별도정산을 통해 보상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발주처가 추가비용을 분담한다고 하지만 해양플랜트 관련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해양플랜트 업황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국제유가는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계은행은 내년 국제유가 평균치가 올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상선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9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3%로 상선(43.6%)보다 여전히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만큼 위험을 떠안고 있고 상황은 유동적인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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