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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선물'을 고대하는 정몽구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5-09 18: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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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선물'을 고대하는 정몽구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불도저처럼 일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이름 높다. 그러나 그런 정 회장도 중국 4공장 건립 문제를 놓고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2년부터 연 3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춘 현대차 중국 4공장 건립을 추진했다. 새 공장 건립을 통해 중국 서부 내륙지역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부터 충칭이 유력후보로 꼽혔다. 중국정부가 중국 서부 대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의 충칭공장 건설은 순풍에 돛단 듯했다.

정 회장이 지난 3월 중국출장에 나섰을 때만 해도 중국 4공장은 금방 착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정 회장은 충칭을 방문해 쑨정차이 충칭 서기와 현대차 공장 건립을 뼈대로 하는 전략합작협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출장에서 돌아온 정 회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충징공장 건립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정 회장이 중국출장에서 돌아오고 한 달이 지났다. 현대차는 중국 4공장 착공시기를 오는 6월로 계획하고 있다. 이제 계획된 시간은 한 달 정도 남았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이 됐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점유율이 3위다. 그러나 1, 2위와 격차는 벌어지고 4위는 현대차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위태로운 상황이다.

현대차는 중국사업이 정체상태에 빠진 핵심원인을 생산능력 부족으로 꼽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4공장 건립이 계속 지연될 경우 현대차의 중국시장 공략은 차질을 빚게 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현대차의 중국 4공장은 윤곽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공장을 놓고 중국 지방정부 사이에 경쟁이 벌어지면서 중앙정부의 결정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일부에서 현대차의 공장 후보지가 다른 지역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4공장의 첫삽을 뜨는 시기는 훨씬 늦어지게 된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중국 4공장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정 회장은 시진핑 중국주석이 이르면 오는 6월 방한할 때 중국공장을 선물 보따리로 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 현대차 공장 유치, 시진핑 업은 허베이 급부상

현대차의 새 공장 건립의 열쇠는 시진핑 중국주석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대차가 애초 유력후보지로 꼽았던 충칭에서 공장건립이 미뤄지는 이유는 허베이 지방정부가 현대차공장 유치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허베이정부는 정몽구 회장이 중국출장 중이던 3월27일 ‘징진지 협동발전을 조속 추진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중요 강화정신을 관철시킬 방법에 대한 의견’이라는 보고서를 중국 중앙정부에 제출했다. 허베이정부는 이 보고서에서 “현대차 4공장 유치를 쟁취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의 '선물'을 고대하는 정몽구  
▲ 현대차는 지난달 설영흥(왼쪽) 전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의 후임자에 최성기 베이징현대 사장을 임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 당원간부좌담회에서 징진지 협동발전에 대한 추진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 징진지는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중국 수도권 지역을 일컫는다. 징진지 협동발전의 요지는 베이징에 집중된 성장동력을 인근 톈진과 허베이에 나누고 세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해 시너지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두 도시에 비해 낙후된 허베이의 도시화 계획도 포함됐다.

허베이정부는 이를 명분 삼아 현대차공장 유치에 적극 나섰다. 여기에 허베이성이 시진핑 주석의 지방관 시절 부임지라는 배경까지 작용하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현대차공장의 충징 건립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을 등에 업은 허베이성이 등장하면서 현대차가 10년이 넘게 쌓아온 ‘관시’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사업을 총괄해온 설영흥 현대차 부회장의 퇴진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관시는 중국 정관계 인사와 인맥을 일컫는 말로 중국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요소로 꼽힌다.


설 부회장은 중국 4공장 건립이 표류하던 지난 4월 돌연 물러났다. 설 부회장은 산동성 출신의 화교 2세로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현대차의 중국진출 초기부터 관시를 발휘해 현대차의 중국시장 공략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는 설 부회장이 사퇴할 당시 “10년 동안 중국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들어진 전문인력을 더욱 보강해 중국 4공장을 비롯한 모든 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설 부회장의 사퇴로 현대차 중국 4공장의 충칭 건립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설 부회장은 4공장 건립 논의단계에서부터 공장부지로 충칭을 고려해 왔다. 설 부회장은 쑨정차이 충칭 서기와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공장을 충칭에 건립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됐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개입으로 허베이성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이런 과정에서 현대차 공장 건립이 지연되는 데 대한 책임을 설 부회장이 졌다는 분석이다. 설 부회장은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칭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허베이성을 비롯해 다른 지역끼리 공장유치에 경쟁이 붙었다”며 “중앙정부에서 어디에 줄지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선물'을 고대하는 정몽구  
▲ 설영흥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앞줄 왼쪽)과 황치판(앞줄 오른쪽) 충칭시장이  3월27일 정몽구 회장(뒷줄 중앙 왼쪽)과 쑨정차이 충칭 서기(뒷줄 중앙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전략합작기본협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 오는 6월 방한 시진핑 선물 보따리 풀어줄까


설 부회장의 후임으로 그동안 설 부회장을 보좌해온 최성기 베이징현대 사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최 사장의 인맥이나 경험이 현대차 공장 문제를 풀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중국 중앙정부까지 개입돼 있어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중국 의 한 경제신문은 최 사장의 취임을 놓고 “중국정부에 대한 협력과 인맥, 언어 등에서 최 사장이 설 부회장에 비해 부족할 것”이라며 “설 부회장의 퇴임 후 현대차가 중국에서 고속발전에 기복이 생길 수 있고 이 때문에 중국시장에서 현대차의 미래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여전히 충칭에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지난달 개최된 베이징모터쇼에 참석해 “충칭 4공장 건설에 대해 현재 중국정부와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중국정부의 최종승인을 받는 과정이 복잡하지만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정부와 관시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중국정부가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관심은 시진핑 주석에게 쏠리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현대차공장의 건립 지연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지만 현대차공장 건립의 숨통을 틔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때 선물로 현대차의 중국 공장 건립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이르면 오는 6월 이뤄진다.

◆ 현대차가 중국 4공장에 목매는 까닭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에 비해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시장 공략의 추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런 만큼 현대차에게 중국 4공장 건립은 절실한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중국시장에서 전년동기에 비해 10.3% 많은 44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중국시장 1, 2위 기업인 폭스바겐과 GM은 각각 23.5%와 12.3%의 판매증가율을 보이면서 3위 현대기아차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현대기아차 뒤를 쫓고 있는 닛산 ,도요타, 포드도 현대기아차를 웃도는 판매증가율을 기록하며 현대기아차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흔들리면 현대기아차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의존도는 높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분기 전세계 시장에서 모두 200만 대를 팔았다. 이 중 22% 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해외시장만 놓고 보면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5%나 된다. 중국시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시장을 제치고 현대기아차의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2021년까지 3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중국시장 점유율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현재 세계 최대시장이다. 연간 신차 판매량이 2천만 대에 이른다. 2021년 연간 신차 판매량이 3천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2012년부터 준비해 온 중국 4공장 건립은 10년 뒤 3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한 초석이었다. 현대차는 중국 4공장을 통해 30만 대 생산능력을 우선 확보한 뒤 향후 100만 대 상당의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현재 베이징 1~3공장과 쓰촨에 상용차공장을 가동하면서 연산 121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의 계획대로라면 4공장이 완공되는 2016년 현대차의 생산능력은 150만 대로 늘어나게 된다.

  시진핑의 '선물'을 고대하는 정몽구  
▲ 정몽구 회장이 2009년 12월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4단체 초청 오찬장에서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현대차, 중국 공략 전략 다시 짜야 하나

현대차는 4공장 건립이 지연되면서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장기계획을 다시 짜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중국시장에서 현대차를 앞서고 있는 폭스바겐과 GM은 2016년까지 각각 423만 대와 38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업계 4위 닛산도 2016년까지 17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며 현대차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의 공장건설이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 생산능력 확충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폴크스바겐과 GM 등 경쟁기업과 규모의 경쟁에서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공장건설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ix25와 고급세단 신형 제네시스를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중국 전략차종인 ix25는 중국 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 중국 판매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4만 대 늘어난 108만 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생산능력 부족이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도 현지 생산능력 부족이 주요하게 꼽혔다.


현대차의 공장건립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현대차를 따라 중국행에 올랐던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들의 투자계획도 유보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현대모비스,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위아 등이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 계열사들은 현대기아차 생산확대 계획에 따라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관계자는 “현지법인에서 생산된 물량은 거의 대부분 현대기아차에 납품된다”며 “부품 계열사들이 중국 현지생산을 늘리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중국판매 증가에 대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 중국 상용차시장 공략은 순항중

중국 4공장 건립 지연으로 중국 승용차시장 공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과 달리 현대차의 상용차시장 공략은 순조롭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3월 중국출장에서 쓰촨에 있는 현대상용차공장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들에 비해 중국진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적합한 상품개발과 품질 확보를 통해 승용차시장에서 3위권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상용차시장에서도 승용차시장의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메이커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중국 상용차시장 공략을 주문한 이유는 상용차의 높은 이익률 때문이다. 1억 원을 호가하는 상용차 한 대를 팔 경우 경차 10대를 판 수준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현대차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한 상용차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상용차 43만 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쓰촨현대 상용차공장 완공으로 현지생산 체제가 구축되면서 중국 상용차시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쓰촨현대 상용차공장은 올해 상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쓰촨현대 상용차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상용차 15만대와 버스 1만대 등 모두 16만대의 상용차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 중국시장 내 상용차 수요는 420만 대로 예상되며 2020년 53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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